시청자 성화에 줄거리 수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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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인기 드라마들이 겪어야 하는 공통적인 고민의 하나는 비극적인 극중 스토리를 해피엔딩으로 바꿔달라는 시청자들의 성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요구대로 스토리를 수정하자니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아예 무시하자니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MBC-TV의 『여자의 방』도 잦은 시청자들의 전화에 시달리다 결국 스토리를 수정하기로 결정, 드라마 관계자들로부터 『극과 현실의 구분이 안 되는 시청자들의 시청 습성에 너무 끌려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여자의 방』은 원래 희수(고현정 분)의 애인인 진우(박상원 분)를 이혼녀인 경선(이미숙 분)이 유혹해 결혼하는 비극적 구도이나 청순한 희수의 불행을 참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압력으로 경선이 전남편과 재결합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수정됐다.
또 이미 극중에서 서로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헤어진 한영진(배종옥 분)과 황보현(이재룡 분) 커플도 『꼭 결혼시켜달라』는 전화공세에 밀려 재결합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관계자들은 『스토리 수정과 같은 해프닝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전 제작제도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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