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엄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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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2면

2월이 가면 나도 드디어 고3엄마가 된다. 고3 되는 아들이 있다고 하면 모두들 『힘드시겠어요』한다.
공부하는 아들이 힘들지 내가 특별히 힘들건 없다고, 나 자신은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하기야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대입 부정사건은 대학입시가 큰 사회문제이고 온 국민의 공동관심사라는 것을 말해준다. 흔한 게 대학생이라지 만 대학 안 나오면 행세할 수 없는 이 사회가 만들어낸 병폐일 것이다.
일찍이 맹자·이율곡·한석봉·에디슨의 어머니들이 그랬듯이 자식교육에 대해서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역할이 더 큰 때문일까.
몇 천만 내지 억대의 돈을 부정입학의 대가로 지불하고도, 남편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다. 옷으로 가려진 얼굴 없는 사진 속의 엄마들. 이들을 보며 고3 엄마가 되는 내 마음은 한없이 착잡해진다. 맹모처럼 짜고있던 베를 잘라버리는 준엄함 없이 너무나 맹목적인 모정으로 자신은 물론 자식·남편·사회를 모두 망치고 있는 것 같아서다.
언젠가 주부들이 남편 모르는 비상금을 천만원정도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설문조사결과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비상금의 용처는 「자녀교육을 위해」가 압도적이었다. 확실히 요즘 사회는 자녀교육에 돈을 필요로 한다. 사회가 점점 돈에 가치를 두고 돈을 추구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자식교육에 드는 돈 문제의 일부는 바로 엄마들의 이기심 내지 허영심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 자식만은 고생해서는 안되고 내 자식만은 앞서가야 하고 내 자식만은 이겨야 하고…. 겉으로 말은 안 해도 대부분의 부모마음일 것이다. 이런 마음을 내 자식만은 바르게, 내 자식만은 착하게, 내 자식만은 의롭게…하는 식으로 바꿔 교육하면 이 사회는 훨씬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텐데.
학원·개인과외 아무 것도 하는 것 없이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하겠다고 밤늦도록 책상에 앉아있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왠지 마음이 편치가 못하다. 역시 고3엄마노릇은 힘든 것일까. <서울 구로구 시흥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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