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논술방] 한류의 진정한 발전을 위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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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원(서울 도곡중1)

 ‘한류’라는 말의 뜻을 찾아보았더니 ‘몇 년 전 중국이 한국 문화에 열광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신조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또 최근에는 중국 뿐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의 여러 나라가 한국의 대중문화에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하기도 한다. 이전까지 외국의 영화배우나 가수가 우리 나라에서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우리 나라 배우나 가수가 외국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한류 현상은 글로벌시대라는 말이 실감나고 또 경제적으로 이익을 주기 때문에 반가운 소식이다.

 글(나)를 보면 글쓴이는 글로벌시대가 되어서 민족이라는 개념을 약화시킨다고 우려하고 있다. 글 전체에 대해서 동의할 수는 없지만 ‘민족이 생성, 좌절, 해체 과정을 밟는 하나의 역사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글쓴이와 같이 나도 반대한다. 또 글(다)의 글쓴이는 박진영을 예로 들면서 한류를 내세우면 오히려 한류의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정반대로 이야기한다. ‘민족’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고 이야기 한다.

 나는 두 글을 읽으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둘 다 한 쪽으로 완전히 치우쳐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대중문화는 어느 한 쪽만 가지고 이야기하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문화이면서도 경제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문화’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고, (다)는 ‘대중’이라는 경제성에 더 많이 치우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좋은 것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생각하면서 ‘한류’를 이해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첨삭·총평
 

제시문을 읽고 ‘한류의 진정한 발전’에 대해 변증법적으로 서술하라는 논제였다. 이를 해결하려면 ‘한류’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시선을 객관적으로 읽되 배경지식과 창의적 사고력을 함께 동원해야 한다.

 제시문 (나)와 (다)는 모두 한류와 민족을 서로 완전히 대립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먼저 글 (나)는 한류 때문에 민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개탄한다. 반대로 글 (다)는 민족주의로 인하여 한류가 ‘한국 만세’가 되면서부터 그 기세가 꺾인 것이라고 안타까워한다. 과연 내셔널리즘과 글로벌리즘은 마치 하나의 평행선처럼 합일점을 찾을 수 없는 상반된 관계일까.

 그렇지 않다. 글로벌리즘은 디지털 문명의 산물이자 시대적 흐름이다.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들면서 좋든 싫든 세계 여러 나라 혹은 민족은 과거보다 더 쉽고 더 빈번하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주의 깊게 생각해볼 것은 나라와 민족이 여전히 존재할 뿐 아니라 글로벌리즘의 주체 역시 바로 그들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제시된 두 편의 글에 나타난 이분법적 논의는 통합적으로 재고되어야 한다. 글로벌시대에 민족만을 내세우는 폐쇄성도 문제이고 또 이를 망각하는 몰정체성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형원 군은 1학년 학생의 눈높이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연하게 잘 써나갔다. 대중문화를 상업성과 예술적 가치관이 공존하는 장르로 이해하고 그것을 전제로 논의한 점이 돋보인다. 그 안에서 경제성과 민족의 주체성을 이끌어낸 것도 설득력이 있다. 본론 부분에서 자신의 경험이나 신문 기사 등을 인용하여 예시를 활용했더라면 더 풍성한 글이 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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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제=김성한의 소설 『바비도』의 주인공은 자신의 신념에 목숨을 거는 인물이다. 1400년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작가는 이 작품에서 ‘바비도의 인간상’을 오늘의 인물로 재생시키고자 하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바비도가 일깨워주는 참 의인의 덕목’이란 제목으로 논술문을 작성하라. (800자 내외)

오길주 문예원글로피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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