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소년」들은 왜 졸업 못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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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 자리에 철원이 오빠, 호연이 오빠는 왜 오지 않았나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길래…. 친구들을 대신해 이 꽃다발을 드립니다.』
18일 오전 대구시 이곡동 성서국민학교(교장 정문곤·59) 각 교실에서 비디오로 진행된 졸업식은 「개구리소년」들의 생사를 모르는 채 아픈 마음으로 언니·오빠들을 보내야만 하는 이 학교 5학년6반 김보경양(12)의 송사가 졸업식장을 숙연케 했다.
다섯 「개구리소년」 가운데 91년 실종당시 6학년이었으나 지난해 학교의 유급결정으로 졸업을 못하고 이번에 또다시 졸업을 못하게 된 우철원군(당시 13세)과 5학년에서 유급된 조호연군(당시 12세)을 남겨두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3백58명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는 금세 이슬이 맺혔다.
학생들은 『졸업식장에 지금 당장이라도 「친구들, 그 동안 잘 있었어. 우주의 신비를 탐험하느라고 늦었어」라는 말을 던지며 나타날 것만 같은데…』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6학년8반 철원군의 빈자리에 놓여있던 한아름의 꽃다발이 주인이 무사치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6학년8방 신윤형군(14)은 당사를 통해 『철원이와 함께 졸업장을 받아 저 교문을 나서야 하는데 우리들만 가야하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라고 울먹이며 『어른들이 다시 한번 관심을 갖고 우리 다섯 친구들을 꼭 찾아주기를 바랍니다』고 호소했다.
철원군의 담임 이윤현 교사(45)는 『철원이의 책·걸상이 또다시 비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다』며 『올해에는 반드시 돌아와 저 빈 의자를 채워주었으면 한다』며 목이 메었다.
한편 철원군 등 2명과 함께 실종됐던 나머지 3명중 김종식·박찬인군은 실종 당시 3학년, 김영규군은 4학년이어서 이들의 친구들은 아직도 함께 졸업장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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