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오-김기훈 경쟁이 기량 향상 "자극"|「모서리 바짝 붙어 돌기」작은 체격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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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각종 겨울국제 대회 때마다 금메달을 휩쓸며 화제를 몰고 다니는 한국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이번 유니버시아드에서도 남자 5개 전 종목 석권을 눈앞에 두고 한국의 상위진출에 견인차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쇼트트랙은 왜 이렇게 강한가. 국내 관계자들은 이준호와 이번 대회에 불참한 김기훈 같은 걸출한 스타의 출현과 이들간의 불꽃튀는 경쟁이 금메달획득의 자극제 역할을 한 것으로 1차 분석하고 있다.
두 선수는 원래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출발했으나 신체조건이나 기록 면에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도입기인 85년 무렵 쇼트트랙으로 전향한 1세대 스타들.
이들은 초창기 멤버라는 자부심과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겪은 설움을 만회라도 하듯 피나는 훈련과 경쟁으로 기량을 향상시켜 세계정상에서 군림하고 있는 것.
물론 이번 대회에는 최강국인 캐나다·영국·이탈리아 등 이 에이스급을 모두 파견치 않아 금메달의 선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 그러나 한국도 김기훈 외에 신예 채지훈과 이성욱 등 고교생스타가 불참한 것을 감안하면 세계정상임은 부인할 수 없는 것.
또한 쇼트트랙은 좁은 실내링크를 도는 오픈레이스인 만큼 특성상 체구가 거대한 서구 인 보다는 작고 탄력 있는 체구의 동양인에게 유리하다. 추월이나 기록단축의 관건인 코너웍에서 서양인들이 원심력에 의해 넓은 원을 그리는데 비해 체중과 체격이 적은 동양인은 코너 모서리를 바짝 불어 돌아 나가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한국만의 특징인 연금제도도 경기 력 향상의 촉매제. 김기훈(1백95만원)과 이준호 (1백45만원)가 연금랭킹 1, 3위(2위는 양궁 김수령 1백95만원)를 달리는 것에 자극 받아 채지훈 등 뛰어난 스피드 빙상선수들이 속속 쇼트트랙으로 전향, 선수 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쇼트트랙은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불과 1백여 명의 얇은 선수 층에 실내링크라야 고작 3∼4개(일본 6백70개), 그나마 선수들도 대관시간을 피해 이른 새벽이나 자정 무렵에 연습하는 딱한 실정이다. 또한 여자 부의 부진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자코파네=신동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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