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입시 학부모들 백태/수사관들이 밝히는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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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처음부터 울며 때늦은 후회/브로커 혼내주겠다 으름장/끝까지 부인 「오리발 3총사」도
10여일째 대입부정 입시관련자들과 씨름을 벌여온 서울경찰청 폭력계 수사관들은 12일 구속자 전원을 검찰로 송치한뒤 오랜만에 한가로운(?) 시간을 되찾고 수사에 얽힌 뒷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수사관들은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전문적 범죄꾼이 아니기 때문에 범죄사실을 순순히 자백한 「순진파」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주부 A씨의 경우 경찰이 집으로 들이닥치자 『아이구…』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으면서 『죽을 죄를 졌어요』라며 울음을 터뜨렸고,주부 B씨도 수사실로 들어서자마자 고개를 수그린채 내내 눈물을 흘려 손수건이 흠벅 젖고 화장이 모두 지워지는 등 애처로운 모습을 보였다는 것.
범죄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한 주부 N·J·K씨 등 세명은 「오리발 3총사」로 기록될만하다.
특히 N씨는 꼬박 이틀동안이나 조사받으면서도 『(돈을 주고 합격을) 부탁했으면 당장 혀를 깨물고 죽겠다』며 독하게 범행을 부인,결국 연행부모중 유일하게 불구속 처리돼 석방됐다.
H씨는 1천만원이란 거금을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 건네줬으나 의심이 들어 잔금 5천만원은 주지 않았다고 상식에 어긋난 진술을 했다가 『전혀 돈을 준적이 없다』고 발뺌한뒤 재차 당초의 진술로 돌아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수사관들의 진을 빼놓았다.
「장군의 부인」M씨는 당초 입시브로커에게 5천만원을 주었다고 했다가 1억원으로 가격을 올리는 등 남편의 지위를 의식해 최대한 「가격」을 낮추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수사관들의 집요한 추궁에 결국 『남의 명의로 장만했던 32평형 아파트를 팔아 2억원을 만들어 건네줬다』고 진술,수사관들로부터 『고무줄을 삶아먹었느냐』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 M씨는 『남편의 사회적 위치로 보아 최소한 2억원은 내야 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어렵게 돈을 마련해줬다』며 『1억원을 통째로 떼어먹은 브로커를 사기혐의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수사관계자들을 아연하게 만들기도 했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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