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주식형 펀드 ‘시원한 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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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5년 전 은퇴한 최모(63)씨는 며칠 전 펀드 수익률을 확인한 뒤 흡족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노후대비용으로 사둔 서울 변두리의 4층 주상복합건물을 지난해 말 13억원에 처분했다. 그는 매각 대금 대부분을 여섯 개 주식형 펀드상품에 분산 투자했다. 그 덕에 1년치 임대료의 다섯 배를 웃도는 수익을 반년 만에 챙겼다. 올 상반기 증시가 다시 뜨겁게 달궈지면서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도 대박을 터뜨렸다. 가장 공격적인 성장형 펀드의 경우 반년 만에 20%를 훌쩍 웃도는 수익률을 거뒀다. 중앙일보와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이 공동 조사한 2007년 상반기 펀드 평가 결과다. 

<관계기사 e 12, 13면>

 

◆부활한 주식형 펀드=거침없이 오른 증시는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이 기간 성장형 펀드(주식 편입 비중 70% 초과,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 366개) 수익률은 26.44%에 달한다. 성장형 펀드 중 수익률 선두를 차지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3억만들기중소형주식1 (ClassA)’은 43.9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시가 게걸음을 한 탓에 주식형 펀드 대부분이 연중 내내 ‘겨울잠(수익률 연 1.04∼4.3%)’을 잤던 2006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연초에 주식형 펀드에 돈을 넣었다면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연 4.65%)에 넣었을 때보다 5.7배나 많은 수익을 챙긴 셈이다. 서울 한수 이남 아파트값 오름세 (0.4%)와 비교하면 수익률이 67배나 많다.

 코스피 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인덱스 펀드 역시 수익률이 18.80%에 달했다. 반면 채권형 펀드는 상반기 금리가 꿈틀거린 탓에 죽을 쒔다. 채권형 평균 수익률은 2%에도 못 미쳤다. 주식과 채권 투자를 섞은 안정성장형 펀드 (주식 비중 40∼70%)는 15.1%, 안정형(주식 비중 40% 미만)도 8.36%의 성적을 냈다. 연초 세제 혜택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돈이 몰린 해외 펀드도 재미를 봤다. 다만 국내 성장형 펀드와 비교하면 운용 수익이 반토막에 그쳤고, 어느 지역에 투자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이 기간 국제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평균 11.56%를 기록했다.

 ◆역시 장기투자가 정답=상반기 펀드 성적표는 상품별·유형별로 명암이 갈렸다. 증시 시황에 따라 단기간에도 수익률이 적잖게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러나 투자 기간을 1∼3년으로 더 늘려 잡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성장형 펀드의 최근 1년 누적 수익률은 38.99%에 달한다. 올 상반기 6개월 투자한 경우와 비교하면 1.5배가량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투자 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 무려 132.79%에 이른다. 가장 성적이 처지는 안정형 펀드조차 3년 누적 수익률(34.34%)로 따지면 해마다 은행 이자의 두 배 반 이상의 수익을 냈다.

 한국투자증권 박승훈 펀드 애널리스트는 “추세를 확신한다면 좋은 펀드에 장기간 묻어두는 게 수익률을 높이는 왕도” 라고 말했다.

표재용·최준호·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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