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상임이사국 거론에 정부 고민/유엔안보리 개편론과 한국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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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제공헌도·분담금 많아 반대명분없어/우리 국민감정 나빠 아직 입장정리 못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외무부는 고민이다. 이 안보리 개편안으로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이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로서는 이개편안이 부상하게 된 배경을 무시할 수도 없고,그렇다고 그것만 따지기엔 주변국으로서 양국국민간에는 아직도 심한 불신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안보리 개편문제는 이제 국제정세가 2차대전 직후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미 일본의 유엔분담금은 91년 기준 1억5백만달러로 미국의 2억7천2백만달러에 이어 두번째다.
또 45년 유엔창설 당시 51개 회원국에 안보리는 상임이사국 5개국,비상임이사국 6개국이었으나 65년에 헌장개정으로 비상임이사국이 10개국으로 늘어났고 회원국이 1백80개국에 이르는 현재에도 15개이사국으로 묶여있어 안보리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보리 개편문제가 유엔에서 처음으로 공식 제기된 것은 79년 제34차 총회다. 이때 인도·일본·나이지리아 등이 비상임이사국을 4개국 더 늘리자는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심의는 미뤄졌다.
그 다음해인 80년에는 일본이 빠지고 인도아 나이지리아만 비상임이사국 증설안을 제안했으나 처리되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91년 제46차 총회에서 인도·멕시코·이집트·브라질·나이지리아 등 8개 나라가 안보리 개편문제와 관련한 토의를 벌여 국제여론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총회 결의로 「안보리이사국의 균등한 대표성과 증원문제」라는 결의안을 컨센서스로 채택했다.
안보리를 확대할 경우 상임이사국을 늘리느냐,아니면 비상임이사국을 늘리느냐는 문제,또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계속 존속시켜야 하느냐는 문제 등 여러가지 의견이 있다. 또 이사국을 늘릴때 그 기준이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심각한 이견이 있다. 러시아는 빼자는 의견에서부터 아프리카·남미의 대표로 나이지리아·브라질 등이 나서고 있다. 또 제3세계권의 진출이란 명분으로 인도나 인도네시아도 나서고,아랍권의 이집트도 강력히 나서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러한 의견들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때까지는 쉽게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측면이 너무 많다. 한국과 여러가지 면에서 이해를 같이하는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이 국제정치에서 유리한 면이 많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국민감정은 일본이 과거 잘못에 대해 반성하는데 인색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정치적인 역학관계와 국민감정의 조화점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기간 여론 수렴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총리는 이미 지난해 2월1일 상임이사국 지위를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95년이 일본의 목표연도다.
일본이 그동안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해 들인 공은 상당한 것이다. 자위대의 PKO참여 등 「국제공헌」을 강조하는 것이나 최근들어 개도국에 대한 경협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것도 그런 배경으로 이해된다.
이미 일본의 지원없이는 세계 경영이 어려워진 미국은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기존의 안보리상임이사국들 대부분은 아직 자신들의 권한 약화를 꺼리고 있다.
안보리 개편안이 정리되면 총회구성국 3분의 2의 찬성으로 채택,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을 포함한 유엔회원국 3분의 2가 비준됐을 때 발효된다. 따라서 다양한 의견이 정리되어 총회에 상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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