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의회 의장/옐친 사임 촉구/“통치권자 의무이행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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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부세력 「위기」핑계 국가전복 가능성”/총리도 “작년개혁은 실패작” 비난
【모스크바=외신 종합】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러시아 최고회의(상설의회)의장은 5일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최고통치권자로서의 의무이행에 실패했기 때문에 정부를 통솔하는 권한이 박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옐친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최근 대통령선거 및 의회선거 조기실시를 주장한 바 있는 하스불라토프의장은 이날 러시아를 방문한 카를 빌트 스웨덴총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내각에 의무이행에 실패한 옐친대통령이 지휘를 받지 말도록 촉구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회·사회단체 대표들이 참가한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원탁회의」에서 『현 정부가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과오로 러시아는 막다른 상황에 처해있다』고 주장,이를 핑계로 일부세력이 국가의 전면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도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 실시한 개혁정책은 향후 상황이 호전되리라는 기대를 갖지 못한 실패작』이라고 비난하고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강구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경제위기의 책임을 뒤집어씌울 희생양을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경고,최근 재연조짐을 보이고 있는 옐친대통령과 하스불라토프의장간 보혁대결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날 원탁회의에 참석한 겐나디 멜리키안 노동장관은 러시아의 실업률이 공식적으로는 1.4%(1백만명)에 불과하나 내달부터 기업도산법이 발효됨에 따라 약 8%(7백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 라디오방송은 이날 의회의 보수파대의원들이 중심이 돼 오는 4월로 예정된 신헌법채택에 관한 국민투표 연기문제를 다루기 위한 임시 인민대표대회 소집을 촉구하는 서명작업을 끝냈다고 보도했다. 인민대는 최고회의를 선출하는 비상설 최고입법기구로 1천40여명의 대의원들중 보수파가 7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옐친대통령으로부터 해체위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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