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가격인하 발표는 쇼?

중앙일보

입력

최근 서울 시내 관광호텔이 숙박요금을 대폭 인하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말 한국관광호텔업협회는 서울 소재 20개 관광호텔이 평균 20%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초 발표된 시행일이 지났음에도 일부 호텔은 가격인하에 대해 "현재 논의중"이라며 딴 소리를 하고 있는 실정.

또한 일부 호텔은 이미 정상가 대비 가격할인을 하고 있는데 공시객실가격 인하가 무슨 소용이냐며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어 이번 발표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가격 내린다더니..

한국관광호텔업협회는 지난달말 '한국 관광호텔업계 자구 방안'을 내놓았다. 서울 소재 22개 관광호텔이 자율적으로 6월 30일부터 공시객실가격을 평균 20% 인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가격 인하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호텔은 특급호텔 18곳과 1급 호텔 4곳. 그러나 신라,롯데,웨스틴조선,그랜드하얏트 등 특급 호텔 대부분이 가격인하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호텔 예약부에서는 지난 1일부터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은 이뤄지고 있지만 내ㆍ외국인을 위한 별도 가격인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관광호텔협회 차원에서 평균 20% 가격인하 발표가 이뤄졌던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인하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호텔중 그랜드인터컨티넨탈과 소피텔, 노보텔은 10~20% 가격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다수의 메이저 업체들은 가격인하에 늑장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신라, 롯데는 관광호텔업협회 회장단에 소속된 업체인데도 협회차원에서 공식 발표한 가격인하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스틴조선호텔 관계자는 "언제부터 가격을 할인할지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가격인하 시행 날짜 조차 정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이미 할인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정가 인하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영세율 부활 조치 화답 '생색내기'

최근 호텔업체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데에는 정부의 영세율 부활 조치 영향이 컸다.

그간 호텔업계는 원화절상으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수 감소 등으로 매출 둔화 현상이 심화되자 영세율을 적용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호텔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2004년 12월 폐지된 영세율을 부활시키기로했다. 호텔업계가 가격을 인하하기로 하는 등 자율적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이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내린 조치였다.

지난 5월 재정경제부는 영세율 적용의 내용을 담은 부가가치세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고 이에 대해 호텔업계는 지난달말 평균 20% 가격을 인하단다는 발표로 화답했다.

그러나 발표만 요란했을 뿐 실제 가격인하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만 부추긴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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