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난민이기를…”(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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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오갈데 없던 우리 베트남 난민들을 그동안 정성껏 보살펴준 대한민국을 평생 잊지못할 것입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고국을 탈출할때 가졌던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일하면 어딜가든지 잘살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29일 오후 2시 부산시 재송1동 부산 월남난민보호소 구내식당에서 열린 베트남 난민들의 뉴질랜드 이민환송행사장.
난민 대표 노럭긍씨(40)의 답사는 계속된다.
『비참한 처지에서 자유를 찾아 탈출한 우리들을 한국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이민을 가는 이들 1백50명을 포함,보호소를 거쳐 간 베트남 난민 1천3백82명의 난민보호소 생활을 소개하는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의 경과보고에 이은 노럭긍씨 답사의 일부.
순간 행사장에 모인 난민들은 「제한된 자유」였지만 지난 난민보호소 생활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듯 이곳저곳에서 잔잔한 흐느낌속에 어깨를 들먹인다.
이날 행사는 부산난민보호소를 떠나 2월 1,6,8일 세차례로 나눠 뉴질랜드로 이민가는 베트남 난민 1백50명을 환송하기 위해 부산시와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가 마련한 것.
88년 5월 이후 5년 가깝게 이곳에서 보호를 받아오다 유엔고등판무관실의 주선으로 이민을 가게된 것이다.
답사가 끝나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17명의 난민 어린이들이 한국생활중 틈틈이 익힌 「아리랑」으로 그동안의 고마움에 보답하려는 모습을 보일 때는 난민들은 일제히 국제미아로 겪어야 했던 온갓 설움이 떠오르는지 참았던 눈물을 한꺼번에 터뜨려 식장은 온통 울음바다로 변하고 한국측 관계자들도 함께 손수건을 꺼내든다. 난민들은 이어 1시간여동안 진행된 환송식이 끝나고 난민 어린이들의 아리랑 합창속에 난민촌 입구 국기게양대의 태극기와 적십자기가 내려지고 78년부터 15년동안 보금자리가 돼왔던 난민보호소 간판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을 지켜보면서 한결같이 자신들이 「지구상의 마지막 난민」이 되기를 기원했다.<부산=김관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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