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사정책 싸고 불협화음/클린턴/파월/군영내 동성애 허용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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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보스나 파병문제도 이견/파월 건의 수용여부 관심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콜린 파월합참의장이 미 군사정책을 놓고 티격태격 하고 있다.
물론 명령체계상 파월합참의장이 군 최고통수권자인 클린턴대통령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지금 몇가지 현안을 놓고 클린턴행정부와 파월로 상징되는 군부의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있는 것이다.
특히 파월이 조지 부시 전대통령과 함께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장본인으로 미국에서 보기 드문 인기를 가지고 있는 장군인데다가 소수민족 성공의 본보기로 알려진 흑인이기 때문에 대통령과의 한판승부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파월 측근들의 부인에도 불구,클린턴대통령이 군사정책에 관한 파월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월은 사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대결은 파월이 부시행정부 시절의 군사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군대의 질서도 보수적인 방향으로 계속 끌고가려 하는 반면 클린턴은 새로운 방향으로 이를 수정하려는,이른바 보수와 개혁의 갈등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있다.
파월은 87년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의 안보보좌관으로 출발,부시 전대통령 재임중 합참의장을 맡아 공화당계 인물로 지목되고 있으나 임시적인 합참의장 자리를 올 9월까지는 지킬 수 있다.
클린턴과 파월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핵심부분은 동성연애자에 대한 군대 내에서의 대우문제다.
진보성향의 클린턴은 선거공약으로 동성연애자에 대한 차별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따라서 군대 내에서 동성연애자에게 부과하는 불이익을 철폐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파월을 포함한 군지휘부는 군대내에서 동성연애를 허용할 경우 성질서 문란 등으로 군대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져 전투력에 큰 차질을 빚는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특히 동성연애를 법적으로 허용할 경우 지금까지 군인의 가족이나 부인에게 주어지는 주택·의료보험·사망시의 연금 등이 동성연애 배우자에게로 돌아간다는 복잡한 문제 때문에 군부에서는 이를 강력히 반대했다.
이러한 군부의 입장을 미 의회도 강력히 지지하는 입장이어서 클린턴이 무조건 밀고 나갈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조지 스테파노 폴로스 백악관 대변인은 『군대내에서 동성연애자에 대한 차별이 철폐되어야 하고 동시에 전투력의 약화도 방지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두 의견 대립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이견은 현재 내전을 겪고 있는 보스나에 미군을 파병해야 할 것이냐의 문제다.
부시 전대통령은 소말리아에 파병하고 이라크에 대해 공습을 가했으나 보스나 사태에 대해서는 군사적 개입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에 『보스나 사태에 대해서도 우리가 군사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보스나 군사개입을 강력히 시사했다.
물론 파월합참의장은 부시와 같이 보스나 군사개입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파월은 『보스나사태는 정치적인 문제이며 수천년의 역사적 뿌리를 가진 분쟁』이라고 규정하고 『이러한 사태가 미국이 몇개의 폭탄을 투하한다해 해결될 수 없다』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라크사태에 대해서도 클린턴 행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부시행정부와의 정책차이가 없다고 내세우고 있으나 화·전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파월은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만난 자리에서 비록 미 행정부가 교체되더라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강경정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촉구했다.
따라서 이러한 파월의 건의가 클린턴에 의해 얼마나 수용될 것이며 이것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파월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과 파월은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감정이 있을 수 없는 입장이고 클린턴대통령도 정권교체기의 취약성을 극복키 위해서는 파월의 도움이 필요한만큼 대립점 중간선에서 타협하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레스 애스핀 미 국방장관도 타협의 한 방안으로 이미 동성연애 허용문제를 앞으로 6개월간 집중검토,최종결정을 내리도록 한다는 내용의 건의를 클린턴에게 제출,클린턴·파월 대결이 새정부 구성 초기부터 논란의 핵심으로 등장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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