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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주는 ‘정치 파업’ 이제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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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6월 27일자 1면에 실린 ‘파업 반대 시민집회 민노총서 준비 방해’ 기사를 읽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울산 시민단체의 사무실을 찾아가 해당 시민단체가 집회에서 쓰려고 만들어 놓은 피켓과 현수막 등을 훼손했다는 내용이었다. 돌아갈 때는 ‘오늘은 경고 차원에서 이 정도로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기사를 읽으며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번 파업사태가 우리 사회 곳곳에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염려가 되기도 했다.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쉽지만 치유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가. 어쨌든 6월 25일부터 시작된 금속노조의 한·미 FTA 반대 파업은 참여율이 10%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이번 파업은 노조 집행부 차원에서는 실패한 의사결정이라고 볼 수가 있겠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성공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얼마 전까지 국민들은 노동단체들이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기본 목적을 벗어난 파업을 벌일 때마다 그냥 모르는 척하거나 참아왔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불법적인 단체행동에 대해 당국이 아닌 시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고 생각한다. 강경노조는 국민 생존권과 민주주의를 외쳐 왔지만, 파업을 반대하는 많은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내부의 의견 수렴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파행 속에 파업을 강행했다. 누구도 반길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금속산업 특히 자동차산업이 한·미 FTA의 최대 수혜종목이면서도 FTA를 반대하는 모순에 대해 국민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국민의 뜻과 힘을 확인한 이상 앞으로 더 이상의 무리한 정치파업은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번 일로 생긴 마찰의 파열음을 조화로운 화음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파업사태가 우리에게 손해만 끼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박준호 서울 강남구 대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