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호전 만족말고 경쟁력 더 갖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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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구본무(사진) LG 회장은 3일 “LG가 (최근의) 성과에 상응하는 경쟁력을 갖췄는지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그룹 임원 세미나에서다. 그는 “경영 성과가 호전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성과가 경쟁력에 의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발언은, LG전자·LG필립스LCD·LG화학 주력 3사의 실적이 지난해 부진했다가 올들어 호조를 띄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난해 4분기에 430억원의 영업 적자를 낸 LG전자는 휴대전화가 많이 팔려 2분기에는 4000억원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지난해 7700억원 당기순손실을 낸 LG필립스LCD도 최근 LCD 패널 값이 오른 덕분에 올해 전체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LG 관계자는 “실적 호전이 호황 같은 외부 여건에 따른 것임을 깨닫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 힘쓰자는 이야기”라고 구 회장의 뜻을 풀이했다. 주력사들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경쟁력이 눈에 띄게 높아진 건 아니라고 구 회장이 판단했다는 얘기다. 또 고유가와 원화 강세 등 어려운 경영 여건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그 와중에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계열사들에 체질 개선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눈앞의 성과 올리기에 너무 급급하지 말라는 말도 했다. 그는 “단기적인 매출 확대와 수익 창출에 매달려 고객만족 활동 같은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과 철저한 고객 만족이 뒷받침되지 않은 성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역설했다. 구 회장은 또 “성장과 함께 고객이 진정으로 인정하는 1등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LG는 1년에 서너 차례 부정기적으로 임원 세미나를 열어 그룹 경영 전략 등을 점검한다. 3일 세미나에는 남용 LG전자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사장 등 계열사 최고 경영진과 고위 임원들이 참석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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