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 언제까지 미루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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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핵발전소의 폐기물 저장소를 안면도에 유치하겠다는 신청서가 관련기관에 매수된 일부 주민들에 의해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와 다시 한번 이 문제가 주목을 끌고 있다. 현지 주민 한사람이 18일 민주당사를 찾아와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비롯한 일부 안면도 주민들이 수백만원씩의 금품을 받고 핵폐기물 처리장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들의 도장을 도용해 임의로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핵폐기물 처분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소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안면도는 정부에 의해 원자력발전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의 처분장으로 이미 지정된 바 있다. 이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반발로 지난 90년 폭동사태까지 발생했던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 「양심선언」을 계기로 다시 커다란 논란에 휘말릴 것 같다.
객곽적인 입장에서 보아도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 문제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현재 운행중인 9기의 원전에서는 매월 2백ℓ들이 4백드럼씩의 방사성폐기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각 발전소에 임시로 쌓여있는 폐기물이 3만여드럼에 이른다. 이것 마저도 내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러 대단위 처분장 설치가 화급한 실정이다. 이미 국내 전력생산의 절반 가량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방사성 폐기물처분장은 시급히 해결돼야 할 당면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혐오시설에 대한 해당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엉거주춤한 상태에 있는 것이 정부의 딱한 입장이다.
이런 때일수록 엄정하고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시책상 필요하고 불가피한 조처라면 정부가 난관을 돌파하고 실시하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지난 89년 경북 영덕과 울진근처에 일단 방사성 폐기물처분장 설치를 계획했다가 주민반발에 부닥쳐 포기한 적이 있다. 이런 자세로는 아무데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혐오시설의 설치가 불가능하다.
물론 결정 이전에 입지선정의 객관적인 타당성과 불가피성을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제시하면서 주민들을 납득시키는 정부의 노력은 있어야 한다. 또 만의 하나라도 예상되는 불이익이 있다면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책도 강구해야 한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도 국가적 사업에 협조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비록 혐오시설일지라도 그 지역이 전국적으로 최적지라는 사실이 입증되면 이를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된다.
또한 야당도 무조건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만 두둔해서는 문제해결이 안된다. 오히려 책임있는 야당이라면 객관적인 검증에 나서고,혐오시설의 불가피성을 이해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자세를 보이는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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