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학선수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제4회 아시아 대학바둑선수권 전」이 지난3일부터 10일까지의 일정으로 중국기원대회장에서 열렸다. 필자는 한국대표팀의 감독을 맡아 북경에 다녀왔다. 이 대회에는 한국의 서울대학교 팀, 중국의 상해외국어대학교 팀, 일본의 동경대학교 팀이 참가해 열전을 벌였다.
한국팀은 3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러 왔던 터라『이번만은 기필코…』며 투지를 불태웠으나 결과는 또 한번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으니 감독이 부실한 소치다. 한국대학생 바둑수준이 세계최강이던 시절도 있었으나 약10년 전부터 일본 세에 밀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①입시지옥에 시달리느라 고교시절 바둑둘 여유가 없고 ②한·중·일고교생바둑대회의 중단 등 이 가장 큰 이유일 듯 싶다.
금년의 서울대학교 팀은 주장이 졸업하고 또 다른 강자가 고등고시 준비를 위해 빠지는 등 대표팀 선발 당시보다 전력이 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훈련기간 중 기력이 일취월장, 그 어느 때보다도 우승 가능성이 컸었다.
이번 대회의 우승은 관록의 동경대학교 팀이 차지했다. 이로써 동경대학교 팀은 3년 연속 일본대표팀으로 출전해 3년 연속 우승이라는 큰 기록을 남겼다. 이 기록은 좀처럼 깨지기 어려울 것이다.
추첨으로 대진순서를 정한결과 상해외국어대학교 팀과 동경대학 팀이 먼저 싸우게 되었는데 상해외국어대학팀이 예상외로 강해 동경대학팀은 고전 끝에 가까스로 승리(3승2패)했고, 상해외국어대학팀의 다음 상대인 서울대학교 팀도 역시 고전 끝에 3승2패로 신승 함으로써 서울대학교 팀과 동경대학교 팀이 우승을 다투게 되었다.
한마디로 양 팀은 운이 좋았다. 거꾸로 2대3으로 졌다 해도 할말이 없는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상해외국어대학교 팀은 국제대회 경험부족이 패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주장 심 흥 군은 뛰어난 기력의 소유자로 중국대학생바둑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는 등 기명을 떨치고 있었다.
그가 한·일 팀의 주장을 모두 꺾은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닌 듯 느껴졌다.
중국 팀과의 간접적 비교로도 한-일 양 팀이 난형난제의 전력임이 입증된 셈인데 서울대학교 팀은 동경대학교 팀과 매년 교류 전을 치러 온 것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 의미가 있다.
주장과 3장·5장이 필승지세였다가 3장·5장이 자멸해 1승4패로 무릎을 끓은 것은 양 교의 교류 전 때 못 당하던 심리적 압박감 탓으로 풀이된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서울대학교 팀은 예절과 행동거지가 훌륭했으며 만리장성의 가파른 계단을 뛰어 올라가기 시합에서 1등을 차지하는 등 바둑을 제외한 여러 면에서 모범이 되었음은 흐뭇한 일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