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도 살릴 택시요금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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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택시요금의 대폭적인 인상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전국 택시운송조합이 기본·주행요금을 합쳐 60%선의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고 서울시도 인상내용에선 다소 차이가 나지만 같은 선의 인상을 교통부에 건의했다.
이같은 인상률은 지나치게 높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나 업계의 사정을 놓고 볼때는 무리한 주장이라고만 하기도 어렵게 되어있다. 지금 택시업계는 교통체증,운전기사 부족,부품값 상승 등 경영조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요금은 늘 물가억제정책에 묶여 있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택시를 찾는 사람은 많은데도 택시는 회사 차고에서 놀고 있고 말이 택시회사지 실은 명의만 빌려주는 껍데기 회사가 한둘이 아닌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지난해 6월의 요금인상때도 70%의 인상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한자리수의 물가억제선을 지키기 위해 소형·중형 평균 9.53%의 인상을 허용하는데 그쳐 한때 요금거부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번의 대폭적인 인상요구는 지난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요구의 되풀이인 셈이다.
택시요금을 어느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해선 당국의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으나 어찌됐든 우리는 택시에 관한한 이제는 정책발상을 달리해야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무조건 한자리수에 묶어두려는 발상은 바꿔야 한다.
택시업도 기업인이상 최소한의 적정이윤은 보장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요금인상을 무리하게 억제하면 우선은 시민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 같지만 그로 인해 택시 타기가 더 어려워지고 서비스수준이 더욱 나빠져 택시가 택시로서의 제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면 결국 시민만 불편해지는 것이다.
이제까지 당국은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정책을 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명한 단안을 내려 그에 따르는 문제점은 또 다른 대책으로 풀어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길게 볼때 택시는 고급교통수단이 될 수 밖에 없다면 이번 기회에 그 성격을 분명히 하고 요금도 그에 따라 책정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다른 대책없이 택시요금만 현실화하라는건 아니다. 택시에 대한 분명한 성격규정과 그에 따른 요금책정을 위해선 지하철과 버스의 이용도를 높일 수 있는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시민의 가계부담 및 자가용 소유의 증가,승차난 등 큰 부작용이 빚어질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물가억제선에만 매여 그저 요금을 억누르는 임시변통의 땜질식 행정에선 이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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