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블루스|계층간의 단절주제…현 러시아 상황 은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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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볼만한 영화『택시 블루스』가 설날을 기해 선보인다.
러시아·프랑스 합작인데 러시아감독 파벨 룽긴은 데뷔작인 이 영화로 90년 칸영화제 감독 상을 받았다.
국가와 개인의 관계, 계층과 계층간의 단절을 주제로 오늘날 러시아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강하게 은유 했다.
택시 운전기사 슐리코프(표트르 차이첸코 분)는 애국자다. 그는 심신의 건강을 믿고 노동을 사랑한다. 대신 그는 파시스트다. 그는 정의와 질서의 이름으로 남의 얼굴을 담에 짓누른다.『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며.
섹스 폰 연주자 유대인 료사(표트르 마모노프 분)는 무위도식의 알콜 중독자다. 그는 질서 따위는 아랑곳 않는다. 자기 자신을 끝없이 파괴한다. 그 파괴의 대가로 그는 순수한 영혼의 음악성을 획득한다.
그 주변의 인물들도 대체로 슐리코프 적이거나 료사 적이지만 그들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다.
감독은 아무도 편들지 않는다. 다만 두 유형의 인간 또는 주의간에 가로 팬 깊은 단절을 드러내 보인다.
그들은 때로 화해는 하나 결코 상대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우연한 미국 공연으로 부자가 된 료사는 술리코프 곁을 훌쩍 떠난다.「병든 인간」이 무슨 조화로 스타가 됐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슐리코프는 그러나 료사가 그립다.
슐리코프는 오늘날 러시아의 모습에 가깝다. 사회주의실험은 실대로 끝났으나 미래는 포기할 수 없는, 감독은 자신이 사랑하고 동시에 미워하는 조국의 오늘을 일그러진 영웅의 모습으로 그렸다. 료사는 끝내 알콜 중독으로 병원에 감금되고 슐리코프는 혼돈을 느끼지만 그냥 택시를 몬다는 끝처리에서 감독의 전망을 짐작케 한다.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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