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DJ직계 손잡고 “새구도”/「지도체제」합의 이후의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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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류­비주류로 재편… 「단일대표」위상 관심/거듭되는 이합집산 「김심」이 대세가를듯
민주당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일대표 순수집단 지도체제」라는 향후 2년간의 당운영 골격을 짰다. 이와 함께 한광옥·권노갑의원 등 최고위원 출마를 노리는 동교동 실세그룹이 이기택대표와 제휴키로 묵계된 것으로 알려져 현재의 민주·신민계 구분이 주류·비주류로 재편될 조짐이다.
○…「단일대표」와 「순수집단지도체제」라는 상호모순된 개념이 어우러진데서 나타나듯 민주당은 차세대주자들간의 복잡한 이해타산을 묶어 새 지도체제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스스로 만든 체제에 대한 해석도 각양각색이다.
김영배·조세형·이부영·김원기·박영숙최고위원 등은 『대표는 단지 회의소집과 사회권을 갖고 외부적으로 당의 얼굴로만 자리잡을 것』이라며 「대표」보다는 순수집단 지도체제쪽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이기택대표와 김상현최고위원 진영에서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의 단합』이라는 명분 때문에 순수집단 지도체제를 가미했으나 전당대회가 끝나면 자연히 단일대표의 어깨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있다.
이 대표측은 『공동대표간에 합의한다』는 현 지도체제의 조항이 빠졌을뿐 대표는 현재와 똑같은 힘을 갖고 당직인사권과 대여전략을 사실상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경선시 나타날 「표의 힘」에 의해 그만한 주도권은 능히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운영 체제에 대한 이같은 동상이몽 속에 관심을 끄는 것은 대표출마자와 최고위원 주자들간의 합종연형에 의한 세력재편성 문제다.
「동교동계」가 아닌 「동교동 비서출신그룹」으로 자신들을 친김상현계와 분리시킨 한광옥·권노갑·한상갑·최재승·남궁진의원 등은 공개적으로 이 대표를 지지하고 나서 이들이 이 대표와 손잡고 신주류를 형성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대선 유세시 수차례 이 대표에게 당권을 물려줄 것을 언급한 김대중선생님의 뜻을 따를뿐』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비서그룹들은 현실적으로 뿌리가 같은 「김상현대표」보다는 「이기택대표」체제에서 발언권과 운신의 폭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동교동계가 갖고있던 지분과 기득권을 껄끄러운 김상현최고위원 보다는 이 대표 체제하에서 「보전」하기가 수월하다는 계산이다. 비서그룹은 『다른것은 몰라도 김상현최고위원이 동교동의 적자임을 내세우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이는 김대중씨의 김상현최고위원에 대한 신뢰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또한 이 대표를 지지함으로써 「약속을 지키는 DJ」의 이미지를 고수,DJ의 향후 선택폭을 넓히려는 의도도 갖고있다. 현재 동교동 비서그룹을 비롯,민주당에서는 김대중씨가 영원히 정계를 은퇴했다기 보다는 부활가능성을 점치는 쪽이 훨씬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배경에서 이 대표는 한·권 의원의 최고위원 당선을,동교동 비서그룹은 이 대표 당선을 도와주기로 합의하고 향후 당직배분 등에까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교동 측근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아직 관망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김원기·조세형최고나 친김상현쪽인 김영배최고 등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신주류의 규모가 예상외로 커질수도 있다.
이기택·동교동 친위그룹이 어떤 형태의 제휴를 하든간에 김상현최고는 여타 호남세를 규합해 비주류의 대표로 부상할 계획을 확고히 하고 있으며 정대철최고는 중부권의 비주류로,이부영·박영숙최고 등은 개혁정치모임을 중심으로 한 진보그룹의 비주류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세력확보책이 「호메이니」(김대중)의 손짓 하나에 따라 변조를 띨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김대중씨 역시 자신의 영향력과 세력을 허공에 날려보낼 뜻이 없는 것 같아 민주당의 장래는 결국 김대중씨의 손바닥 안에 들어있는 셈이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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