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응어리 풀어질까/YS­DJ회동 앞둔 양진영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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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색깔론」에 유감표명·국정협조 요청 YS/정치적 의미 축소… 퇴진 흠갈까 조심 DJ
오는 20일을 전후해 이뤄질 김영삼 차기대통령과 김대중 전 민주당대표의 양김회동은 차기정권의 집권기간중 정국흐름의 향방을 짚어볼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외형상 김 전대표의 영국행을 앞둔 작별인사 형식으로 이루어질 이 회동은 집권을 위해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면서 정치를 이끌어온 양김시대의 마감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양김관계 재정립을 알리는 2중적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 만남에서 두 김씨가 대선과정에서의 앙금을 얼마나 씻어낼 수 있을지,얼마만큼 깊숙한 대화가 오갈지 관심사다.
○…김 차기대통령은 김대중씨를 국정의 조력자로 끌어들여 안정된 정국바탕위에서 자신의 개혁구상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김대중씨의 적극 협력이 어렵다면 지역감정 해소방안의 하나로 광주문제와 호남인사 등용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김씨의 의견을 존중하는 대신 김씨로부터 적정수준의 협조의사표명을 얻어내는 것도 차선이 될 수 있다.
김 차기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두차례의 공식요청과 막후절충을 통해 회동을 시도했고 김씨의 동교동 자택으로 직접 방문키로 하는 등 예우를 갖춘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록 선거에서 영남은 물론 수도권과 중부권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영남은 소외된 채로 남아있다. 강력한 정부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호남의 「응어리」를 풀어야 하는데 김씨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다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뜻이다.
양김회동의 성사는 김 차기대통령의 정국운영 구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김 차기대통령은 다당제보다는 양당제가 정국안정과 정치안정에 바람직한 정치형태라는 정치철학을 갖고 있으며 야당의 혼란은 정국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강력한 야당도 장애가 되지만 지리멸렬한 야당도 곤란하다는 의미다.
김 차기대통령측은 그러나 최근 김대중씨의 일련의 발언수위로 볼때 당장의 회동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대중씨가 김 차기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고 양김회동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얘기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김 차기대통령은 최소한 김씨가 문제삼고 있는 선거과정에서의 「색깔론」시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할 것이라는게 측근들의 공통된 얘기다.
따라서 이 회동은 구체적인 문제에까지 접근하기보다는 몇마디 말로써 서로의 의중을 짐작한채 「긴 얘기」는 김씨의 귀국후 이뤄질 것이 유력하다.
○…김대중씨 주변에선 김 차기대통령과의 만남이 정치적인 의미를 띠는 것으로 비쳐질까 신경을 쓰고 있다.
김씨는 『특별한 정치적인 얘기는 없을 것』이라며 이달 하순 자신의 영국출국전 작별인사 정도로 보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14일 노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약속이 알려졌을때도 그랬지만 이 회동이 자신의 정계 은퇴 모습에 조금이라도 흠을 줄까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그런 탓인지 주변에선 양김회동이 김 차기대통령의 끈질긴 요청으로 이뤄졌음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 실제 올해들어 김 차기대통령의 측근인 최형우·서석재의원과 최창윤비서실장이 동교동집에 찾아와 회동을 권유할 때마다 김씨는 정치 결별을 이유로 거절했다.
결국 김씨는 6일 『생일을 축하한다』며 전화를 걸어온 김 차기대통령의 동교동방문 의사를 받아들였다. 김씨는 자신이 언급해온 「양김시대의 멋진 폐막」을 위해 노력했음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깔린 듯하다. 차기대통령과 정치를 떠난 국가 원로의 악수장면을 보여주면서 후진을 위해 전례를 남기고 싶은 인상이다.
그는 대선이 본격화할 무렵 『30년간 같은 길을 걸어온 입장에서 마지막 경쟁을 떳떳하게 보여주어 영욕이 겹친 양김시대를 훌륭히 마무리하고 싶다』고 얘기한 바 있다.
김씨 측근들은 김 차기대통령이 동교동을 방문하면서 색깔론에 대해 『본의 아니게 미안하게 됐다』는 식으로 해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자신 대선중 『김영삼후보가 30년 동지라는 나를 용공으로 몬데 대해 인간적인 비애를 느낀다』고 했고 요즘도 색깔론에 대해 『피눈물이 난다』고 통한의 심정을 털어놓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회동전 색깔론에 대한 공식사과를 김 차기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으며 정작 두사람이 만났을때 해명이 미흡할 경우 후유증이 남을 듯하다. 지역감정 해소 차원에서 만약 김 차기대통령이 『좋은 사람을 추천해달라』『대화합을 위해 도와달라』고 해도 김씨는 정치를 떠난 처지를 이해해 달라며 구체적인 문제는 당과 상의해달라는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론적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김씨는 『호남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고양돼 있다. 그동안 내가 방파제 역할을 해왔는데 정계를 떠났기에 분위기가 더 나쁜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측에선 과거 양김단독회동후 늘 있었던 밀약설이 나올까봐 두사람이 여럿이 보는 앞에서 만나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양김 독대는 김씨의 앞으로 거취에 부담으로 나타날 것으로 단정하기 때문이며 김 차기대통령측에 이런 분위기를 전달해 놓고 있다.<박보균·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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