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존중하는 사회를”/출판기획가 된 전국방부 「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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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국민의 소리」배포좌절 실망도
사회의 원초적 구조는 인간관계다. 지난해 1월 국방부 대변인을 끝으로 군과 관에서의 25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지금은 출판기획을 하는 국제사회문화연구소를 설립,운영하고 있는 손풍삼씨(49)는 이같은 믿음을 바탕으로 「올바른 인간관계」를 통한 사회개혁을 주창하는 인물이다.
『상대존중의 사회,수평적인 인간관계가 이루어진 사회,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답게 사는 사회,즉 민주사회의 본질 아니겠습니까.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간관계를 바로잡는 일이 시급합니다.』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학사장교로 대령까지 진급한 손씨는 군에 몸담았던 시절과 이사관으로서 4년여 청와대·총리실·국방부에 근무하는동안 일방적이고 수직적이기만 한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썼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 한가지 예가 예비군훈련 문제다. 모든 교육은 주입식이었다. 북한을 보여주지 않고 북한이 나쁜 집단이라는 사실만을 가르쳤다.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고 그 정보에서 얻어진 결과만 교육시키는 것이었다. 예비군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한가지씩 역할을 하고있는 성숙한 사회인이라는 인식과 배려는 전혀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손씨는 이를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 있었고 예비군훈련은 개선됐다. 그러나 잘못된 인간관계를 개선해 보려는 노력은 성과보다는 벽에 부닥치는 경우가 더 많았다.
91년 국방부 최초의 문민대변인 시절에는 겸허하게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국민의 군대」로 나아가자는 취지에서 그해 1년동안 신문에 실린 군문제 관련 독자투고를 모아 『국민의 소리』라는 단행본을 발간했으나 배포가 금지됐다.
이 사건은 손씨가 공직을 사퇴토록 결심하는 계기가 됐고 손씨는 곧바로 국제사회문화연구소를 설립,출판기획을 통해 사회 문화 개선운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인간존중 사상이 담긴 6권짜리 『카네기 인생지침서』와 『정직한 대통령 루즈벨트』 등 10여권의 책을 기획·출간했다.
『우리의 정치체제는 대통령 중심제가 아닌 대통령 개인 중심제라고 해야 맞습니다. 또 공무원 사회에 회의는 없고 접선(지시)만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채 낭비되고 있습니다. 인간관계가 잘못돼 있기 때문입니다.』
손씨는 이제 공무원들도 새시대를 맞아 국민의 진정한 공복으로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정립할 때라고 강조한다.<이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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