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데뷔 30년간 세계 테너계 정상 지켜 "목소리 이상 없는 한 노래 계속 부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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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해 고향인 모데나에서 열린 음악페스티벌에서 팝가수와 공연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젠 대중음악이냐 고전음악이냐 하는 식으로 음악을 구분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팝가수와의 공연을 기회가 닿는 대로 계속할 생각입니다.』
16년만에 두번째로 내한한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테너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자신이 이제 오페라계의 스타 이상으로 세계적인 대중스타임을 은근히 내비쳤다.
5일 오후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그는 『지난 77년 처음 방한했을 때는 서울이 마치 군사도시처럼 엄격함이 지배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번에 보니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넘치는 도시로 탈바꿈했다』고 놀라워하면서 『특히 한국이 축구가 강한 나라라는 것을 이탈리아 사람인 나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항간에 나도는 은퇴설에 대해 그는 『57세라는 나이가 성악가로서 적은 나이가 아닌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젊었을 때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은퇴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나의 노래를 듣기 원하는 청중이 있는 한 무대에 서야한다는 입장이다. 목소리에 이상에 생기지 않는 한 현역으로 활동할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1961년 26세의 나이로 레지오 에밀리아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우승,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30년이 넘도록 세계 테너계의 정상을 지켜온 파바로티는 『성악가란 후천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역시 어느 정도 자질은 타고나야 한다고 본다』면서 『특히 테너는 바리톤이나 메조소프라노에 비해 더 다양한 표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무척 어려운 파트』라고 말했다.
『연간 50∼60회 정도의 공연을 하는데 연습기간까지 포함하면 1년중 노래를 부르지 않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자신의 꽉찬 스케줄을 설명한 그는 틈틈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말했다.
6일 오후7시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에서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중「남몰래 흘리는 눈물」등 유명 오페라 아리아를 중심으로 20여곡을 선보이게 될 그는『최선을 다해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한국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을 맺었다.<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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