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비축소|오관치<국방 연 책임연구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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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반도 평화에 불가결한 남북한 군축이 새해에는 이뤄지길 누구나 바라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우선「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시키고 군축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다. 3월에 새 정부가 들어서고 5월말까지 팀스피리트훈련이 종료되면 8월에는 군사공동위가 열려 군축문제가 의제로 상정될 것이다. 그러나 핵 문제 때문에 연말까지도 실질토의에 이르지는 못할 깃이다.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일본의 경제협력이 핵 문제해결에 걸려 있고, 핵 문제로 그들의 대남·대미협상을 특별히 유리하게 전개할 가능성도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핵무기개발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핵 상호사찰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북한의 핵무기개발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군축협상이 진전되지 못할게 분명하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군축지연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점이다.
군축이 실행되면 남북한 어느 쪽도 상대에 대한 대규모 기습공격능력을 가지지 못하게 되므로 군축은 북한이 무력통일을 포기했을 때라야 가능하다.
북한은 방대한 군사력유지와 군비경쟁이 경제파탄을 야기 시켜 체제붕괴를 초래할 경우나 무력사용기회가 봉쇄되고 군비경쟁이 자신의 군사력열세를 자초하게 된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라야 비로소 무력통일을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 그런 경우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스스로 믿고 있다.
북한은 비대한 군사력유지가 경제에 부담이 되기는 하나 훈련축소, 군 병력의 건설동원 등으로 군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한국에서 점점 국방예산확보가 어려워 90년대 말까지도 대북 군사력열세를 만회하지 못할 뿐 아니라 주한미군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다. 이같은 북한의 전략적 계산은 그들로 하여금 당분간 군비감축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게끔 할 것이다. 따라서 올해도 남북한 군축전망이 그리 밝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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