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93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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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민족의 민족성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한과 슬픔이 많은 민족」이라 보고 있고,또 어떤 사람들은 「참을성이 없고 단결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부분적으로는 옳은 측면도 있겠지만 그런 지적들이 한민족의 최대공약수적인 민족성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것이 옳지 않다고 보는 외국의 몇몇 한국학자들은 그 이유로 「한국인들은 본질적으로 낙천적이고 해학을 즐기며 무엇보다 율동적인 활동을 벌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꽤 그럴듯한 발상이다. 샤머니즘을 비롯한 한민족 전래의 토속신앙들이 대개 요란한 몸동작,곧 율동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감안할때 그 발상의 긍정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굿이다.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매년 해가 바뀌는 정월이면 거의 모든 마을에서 마을 축제를 겸한 당굿,즉 부락제를 올리고 새해 설계와 풍요를 기원했다. 그와 함께 벌어진 것이 널뛰기·그네타기·줄다리기·연날리기·횃불싸움 등 다양한 민속놀이였다. 당굿은 물론 민속놀이들이 한결같이 활기찬 몸놀림이 바탕을 이루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굿이나 민속놀이에 있어서 그 활기찬 몸놀림은 내적으로는 신령과 인간의 합일을 의미하며,외적으로는 공동체적인 흥돋움을 의미한다. 그 내적·외적 체험의 조화로 몸놀림을 하는 사람들은 신비로운 체험을 겪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같은 신비체험의 핵심을 「신바람」혹은 「신명」이라고 표현했다. 「신난다」거나 「신바람난다」따위의 표현들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신바람」은 신령과 인간사이의 합일작용만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임금과 신하,임금과 백성간의 일체감도 촉구한다고 믿었다. 곧 「신명」과 「신바람」은 사회적 차원에서의 합일감도 도출해냄으로써 사람과 사람사이의 모든 벽을 허물어뜨리고 삶의 구석구석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문제들을 단번에 풀어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새해들어 중앙일보가 벌이는 「신명나는 사회」캠페인도 모든 국민의 합일감·일체감 조성을 위해 마련됐다. 신바람나게 뛰어 잃어버린 활력과 의욕을 되찾자는 뜻이다.<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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