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하변에 대한 동상이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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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윤준상 6단(도전자) ●·이창호 9단(왕 위)

◆제4보(44~55)=백 대마를 끊어버린 흑▲가 표창처럼 판 위에 내려꽂혔다. 전쟁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들판에 울려퍼지는 느낌이다. 이창호 9단이 이처럼 강렬하고 전면적인 수법을 들고 나오다니. 세월은 참으로 많은 것을 변하게 만든다.

윤준상 6단은 44로 끊고 46으로 따낸다. 이 패가 있기에 백도 최대한 버틸 수 있었다. 초반무패라는데 흑의 팻감은 어디 있을까. 47이다. 이 귀를 압박하는 정도로 패의 대가는 충분하다는 게 이 9단의 판단이다. 48을 하나 선수한 뒤 50.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고 본 윤준상은 즉각 패를 해소한다. 그러나 51의 한 수가 놓이자 하변이 순식간에 흑 천지로 돌변하는 느낌이다.

입회인(심판)으로 멀리 중국 쓰촨(四川)성까지 동행한 조훈현 9단은 "흑이 좋아 보이네"하며 웃는다. 이창호의 급전책이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국후 윤준상 6단은 "너무 서둘렀다. 그 수(51)가 너무 아팠다"고 말하며 48, 50을 실착으로 지목했다. 요점은 '참고도' 백 1로 한 번은 받아두어야 했다는 것. 흑 2로 따내도 3의 팻감이 아직 하나 있으므로 패는 이길 수 있다(5는 패때림). 흑은 결국 6에 두는 정도인데 이때 패를 해소하면 하변이 흑 천지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이창호 9단의 다음 수(55)가 고수들의 동상이몽을 보여준다. 55로 이단젖히는 수는 귀를 차지하고 하변을 포기하겠다는 의사표현과 다름없다. 이 수를 본 조 9단이 "뻗어야 하지 않나?"하며 허공에 질문을 던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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