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과 현대의 따로서기(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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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선이후 행로가 주목되던 국민당과 현대가 정주영씨의 기자회견과 정세영씨의 김영삼대통령당선자 면담 등을 통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요컨대 정주영씨는 국민당대표로서 계속 정치일선에 설 것이며 국민당과 현대는 분리한다는 것이다. 현대는 분리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먼저 당직을 맡고 있는 현대임직원 5백여명을 전원 철수시키고 국민당에 입당한 6만여명의 소속 임직원도 탈당시킬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현대와 국민당의 분리를 강조해온 만큼 뒤늦게나마 양쪽이 분리를 공식선언하고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들의 이런 방침이 대선의 쓰라린 결과와 국민의 따가운 질책 속에 나온 것인 만큼 다시 그들의 의지를 의심하고 싶진 않으나 솔직히 말해 미심쩍은 느낌이 없지 않다.
당초 정주영씨는 국민당을 만들 때부터 현대와는 별개임을 선언했었고 그러나 급하다 보니 현대사원이 다 국민당원이라고 말을 뒤집었는데 앞으로 또 뒤집는 상황은 없을 것인가. 지금은 대선도 끝나 평상체제인 만큼 국민당이 현대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와 국민당이 현체제로 있는 한 앞으로 3년후 15대총선이 되면 그때 다시 정경일체현상이 안온다는 보장이 있는가. 정주영씨가 아무리 현대와 손을 끊었다고 해도 그의 호령 하나로 전체 현대그룹이 움직이는 것은 선거때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양자의 분리를 국민이 믿도록 객관화하는 제도적 구체방안이 선언에 이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국민당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당운영과 체질의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정주영씨는 28일 기자회견에서 당의 쇄신·정비를 밝히고 민주정당·정책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국민당의 변화 역시 정 대표 본인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명색 공당이 1인독단체제로 운영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정 대표가 돈을 내놓아야 당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한심한 당풍토에서 국민당이 발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선거기간중 국민당이 일부 영입인사에게 공동대표 또는 최고위원 등 당직을 주는 것을 보고 매우 의아해 했다. 최고위원 정도의 당직이라면 전당대회나 전당대회의 위임을 받은 기구의 선출과정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국민당의 당헌·당규는 어떻게 돼있길래 하루아침에 그런 큰 감투가 오고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대와 국민당은 이번 대선을 통해 적지않은 말썽을 빚고 국민에게 걱정을 끼쳤다. 이번에 나온 두 정씨의 발언을 바탕으로 양자 모두 달라지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그들의 변화 모습을 주시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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