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KAL 007기/착륙명령 불응해 격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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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러,소 조종사­관제탑 교신 첫 공개
【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대한항공 007기사건 당시 소련전투기와 지상관제소의 교신내용을 녹음한 비밀 녹음테이프 내용이 프라우다지에 의해 24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테이프는 사고 당일 KAL기를 격추했던 소련전투기 SU­15기 조종사 오시포비치대령과 지상관제소의 41분간 교신내용을 담고있는 것으로 지금까지 존재 자체가 비밀에 부쳐졌던 것이다.
이 녹음테이프에 따르면 소련 지상관제소는 처음엔 비행기를 격추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곧 이를 번복,비행기의 종류를 알아볼 것과 강제착륙을 시도하고 경고를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음을 알 수 있으며,오시포비치대령은 경고사격을 하고 강제착륙을 시도했으나 KAL기가 이에 응하지 않고 영공탈출을 감행,격추시켰다고 프라우다는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구소련측이 교신내용에 자국 입장을 변호해줄만한 여러 단서들이 담겨있는데도 불구하고 공개하지 않은 것은 당시 적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측에 의해 악용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의 전문가들은 프라우다의 이같은 보도가 진실인지 여부는 테이프의 원본을 확보한후 감정해 보아야 하겠지만 10년만에 사고진상을 위한 국제위원회가 결성된후 러시아측이 이 자료를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것은 앞으로 시작될 국제조사위원회에서 러시아가 숨겨왔던 비밀자료들을 공개,자신들이 수세에서 벗어나고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미국·일본 등도 비밀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프라우다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사고의 원인과 배상문제 등을 놓고 현재 유족 및 소송중인 대한항공측의 입장은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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