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운동/기간 길고 제한 많다/개정 목소리높은 대선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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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과열불러 금권·흑색선전 난무 기간/포괄적 제한 규정… 범법자 양산 방법
14대 대통령선거는 중립내각 구성과 행정개입의 배제,군부재자 투표방법의 개선,TV유세를 통한 정견·정책대결,선거운동때의 지역감정 경계 등으로 선거문화에 일대 진전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번 선거는 후보들의 금권동원과 원색적인 비방전외에도 선거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적지않게 드러냈다.
유권자들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선거운동기간이 너무 길고 선거운동방법이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선거기간=지난달 11일 대선법이 개정될때 30일간에서 28일간으로 2일이 줄었으나 역시 너무 길다는 지적이 이번 선거기간중 각 정당과 선관위 관계자들에 의해 제기됐다.
유권자들이 대부분 후보들의 정치활동경력 등을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후보들도 신문이나 TV를 통해 광고와 연설회 기회를 갖고 있기 때문에 28일간의 선거운동은 오히려 선거운동을 과열시키고 불법·탈법적인 방법을 통한 득표활동과 흑색선전·금품살포·지역감정 조장 등 부작용을 빚을 가능성만 높인다는 것이다.
후보들이 15개 시·도를 순회하면서 연설회를 가질 수 있는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지난번 대선법 개정때 선관위가 제시했던 21일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운동방법=과열방지라는 목표에만 집착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대선법이 정한 방법외에는 모두 불법이라는 포괄적 제한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쓸데없이 범법자만 양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가 대량 보급되어 PC통신이 중요한 통신수단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는 선거법이 이를 선거운동방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지나치게 제한해 국민의 기본권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를 테면 「전국연합」이나 「나사본」,정부의 지원을 받는 소위 관변단체를 제외한 각종 시민단체나 동창회 등 모든 국민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의 선거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호별방문을 금지한 것도 금권선거를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며 자금력이 약해 TV나 신문광고 등을 못하는 후보측에는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규정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거운동 포괄제한규정 때문에 이번 선거기간중 선관위는 쏟아지는 유권해석 의뢰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으며 당국의 엄격한 단속과 맞물려 선거사범이 13대의 2배로 증가했다.
◇기타=이밖에 선거운동기간중 선거운동원에 대해서는 체포 및 구속을 못하도록 돼있어 민자당 「통일모임」 이용준회장(29) 등의 경우처럼 불법선거운동을 한뒤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는 등 악용사례가 나타났다.
대통령선거법이 또 선거운동원 교체를 3회이내로 제한한 국회의원선거법과는 달리 선관위에 신고만 하면 얼마든지 교체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각 정당이 선거운동원들을 수시로 교체하면서 일당을 지급함으로써 사실상 선거운동원수를 늘리고 금권선거운동을 하는 편법이 판을 쳤다.
연세대 허영교수(법학)는 『지금까지 각종 선거법은 선거를 앞두고 당리당략에 따라 졸속으로 손질되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고 지적하고 『이번 대선의 경험을 계기로 타성적인 입법관행을 청산하고 중립·객관적인 인사들로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어 선거법 개정작업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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