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과 함께 다시 뛰자/김종혁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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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뜨거웠던 선거전이 끝났다. 이제 국민들의 준엄한 뜻을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이번 대선은 여러가지면에서 5년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는 5·16이후 30여년간 쟁점이 돼왔던 민주대 반민주,군부대 문민의 대결구도가 사라졌다.
로이터통신의 지적대로 한국민들은 더이상 「장롱속에 군복을 간직한」전직 장군을 지도자로 뽑지 않아도 좋게 된 것이다. 역대 선거때마다 항상 말썽을 빚어왔던 관권개입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상당부분 줄어든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었다.
경제문제가 선거의 중요쟁점으로 등장했고 각 후보는 모두 자신이 아시아의 네마리 용에서 미꾸라지로 전락한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목청을 돋웠다.
가장 바람직한 변화는 지역감정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었다.
87년 경상도·전라도 유권자들이 상대방지역출신 후보들에게 보였던 적대감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변화다.
「망국병」으로까지 일컬어지던 지역감정이란 것은 결국 정치인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를 부추기고 이용하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결코 불치병이 아님이 확인된 것이다.
많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문제로 제기되거나 반드시 고쳐져야 할 점들도 많았다.
선거운동 전기간동안 「금권선거」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불합리한 선거법이 또다시 제기됐고 특히 후보들간의 TV토론이 무산돼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과 정견을 직접 비교할 수 없었던 점도 아쉬웠다. 선거운동 막판에 부산에서 전·현직 고위관료들이 특정후보 지지모임을 가진 것은 커다란 오점으로 기록될만 했다. 전 법무부장관까지 참석한 이 모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언론사 간부를 매수해서라도 특정후보의 지지운동을 벌이자』는 발언이 나온 것은 정부의 중립의지를 훼손한 것은 물론 국민 모두에 커다란 충격이었다.
선거는 끝났고 국민의 심판이 확인돼 모두가 결과에 흔쾌히 승복하는 일만이 남았다.
굳이 부시대통령이 자신의 패배를 깨끗이 시인하고 클린턴당선자에게 축하전화를 걸어줬다는 외신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국민들은 선거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후보를 차갑게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후보들과가 국민모두가 하나가 되어 새롭게 선출될 대통령과 함께 다가올 미래를 위해 다시 뛰어야 할 차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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