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의회해산 국민투표/의장은 옐친탄핵을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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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러 보­혁 극한대결/실패하면 대통령직 사임할 것 옐친/대통령·의회 동시선거안 결의 의회
【모스크바 로이터·이타르­타스=연합】 러시아는 보리스 옐친대통령이 10일 국정주도권의 향배를 가름할 국민투표 실시를 전격 제의하고 이를 인민대표대회가 즉각 거부하고 나섬으로써 보­혁 정면충돌의 정치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와 관련,옐친대통령은 내년 1월24일 실시하자고 제의한 국민투표에서 패할 경우 사임하겠다고 밝혀 이번 대보수파 공격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발레리 조르킨 러시아 헌법재판소장이 긴급 제의한 옐친과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상설의회) 의장간 회동이 11일중 성사될 것으로 보여 막바지 극적 타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옐친대통령은 10일 오후 인민대표대회에서 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행한 연설을 통해 『현의회와 함께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면서 『정부와 의회중 누가 국정을 주도할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전격 제의했다.
이에 대해 보수세가 압도적인 인민대표대회는 옐친의 제의를 「위헌」이라고 규탄하면서 의회 및 대통령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는 조건으로 국민투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7백40,반대 51표로 통과시켰다.
옐친은 국민투표에서 승리하면 내년 3월27일 의회선거을 실시할 것이라면서 투표에서 질 경우 대통령직에서 물러 나겠다고 밝혔다. 국민투표 참여율이 저조할 경우 내년 4월10일께 의회·대통령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옐친의 임기는 오는 96년 6월까지며 인민대표대회의 경우 오는 95년 3월 선거가 예정돼 있다.
한편 조르킨 헌재소장은 10일 옐친과 하스불라토프에게 자신이 동참하는 3자 회담을 긴급 개최해 난국 수습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의했다. 그는 이같은 회동이 거부될 경우 두 사람의 직무 수행과 관련한 「헌법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혀 옐친이 탄핵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스불라토프도 이날 인민대표대회 연설에서 최고회의 의장직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옐친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강력히 암시했었다. 인민대표대회는 그러나 하스불라토프의 사임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옐친의 국민투표 제의가 나온 후 크렘린광장에 탱크가 진입했다는 설이 국제 금융시장에 나도는 등 한때 긴장이 감돌았으나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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