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레슬링 안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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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하늘이 무너져도 금메달을 따오겠다 던 레슬링의 안한봉(삼성생명)이 기어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7월31일 새벽. 국내에서 단잠을 설치며 TV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5분 36초 동안 몸과 마음을 떨어야 했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7㎏급 안한봉이 독일의 리파트 일디즈와 금메달을 놓고 엎치락뒤치락 숨막히는 한판승부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날 안은 경기초반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공격을 퍼붓다 일디즈의 노련한 되치기에 걸려 실점을 거듭했다. 그러나 안은 중반이후부터 실점을 만회하기 시작, 종료 24들 남기고 필사의 태클로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장 한쪽 구석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장창선 협회 전무도 차마 볼 수 없었던지 『하느님』만 외쳐대고 있었다. 경기는 5-5 동점으로 끝나 곧바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레슬링은 경기 시간이 5분간으로 비교적 짧은 듯하나 두 선수가 짧은 시간 안에 온힘을 다해 승부를 내야하기 때문에 연장전에서는 파김치가 되게 마련.
손끝 하나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지친 두 선수는 금메달의 영광을 꿈꾸며 필사적으로 맞섰다. 체력이 우세한 안은 일디즈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진맥진하자 연장 36초쯤 최후의 승부수인 태클을 구사, 밀어버렸다.
이 순간 한국 응원단의 우렁찬 환호와 함께 주심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하늘높이 솟았다. 6-5로 안의 승리가 확정된 순간이었다.
5분36초 동안 가슴을 졸이던 시청자들의 환호성이 전국에 메아리 졌고 대역전승을 거둔 안은 매트에 꿇어앉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때까지 금메달이 없어 가슴 태우던 레슬링협회 간부들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레슬링 입문 14년만에 세계를 평정한 안은 지난주부터 국가대표 합숙 훈련에 합류, 올림픽 2연패를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24세인 안은 나이로 보아 체력이나 기술이 절정기에 있다.
따라서 앞으로 4년간 체력 관리에 성공할 경우 그의 꿈은 또 하나의 금메달로 영글 가능성이 높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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