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꼭 성사시키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금 TV에선 저녁마다 대선 후보들의 선거 연설이 흘러나오고 장안의 일류 미인들이 동원된 선거광고까지 중간중간에 끼어들고 있다. 일찍이 없었던 TV선거 유세 정치 홍보전이다.
그러나 이들 선거 연설이나 선거 광고가 지닌 단점은 모두가 일방적인 호소만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런 장점이 있으니 대통령으로 뽑아달라,우리 당은 이런 저런 정책을 내세우고 있으니 우리당 후보가 제일이다라는 식이다. 일방적이고 단정적인 메시지여서 후보를 선택해야할 입장에 있는 시청자로선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선거란 어차피 선택이다. 선택이란 상대적 비교우위를 통해 결정된다. 상대적 우위를 판단할 자료로서 일방적 호소가 아닌 쌍방적 토론이 필요한 것이다. 한쪽의 일방적 목소리나 주장을 들어서는 비교우위를 판별하기 어렵다. 묻고 답하는 최소한의 쌍방적 대화를 통해서 후보의 비교우위를 판단할 자료로 삼기위해 TV토론이란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때문에 중요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실시해온 관훈토론은 세인의 주목을 받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TV는 이마저 중계하지 않았다. 생중계를 하지 않은데는 TV방송국이 자체대로 토론회를 열 것이라는 의지가 숨어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TV토론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성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쌍방적 대화는 막힌채 일방적 호소만 매일 저녁 안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래서는 TV의 효과적 선거이용이라는 본래 의미를 상실한다. 오히려 역기능을 조장할 뿐이다. 일방적 메시지를 담은 광고와 유세가 있다면 여러 후보를 상호 비교할 수 있는 토론프로를 병행해야만 상호 보완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30여년을 정치권력자들의 일방적 목소리만 들으며 살아왔다. 민주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민주정치를 펼치겠다는 정치가라면 이젠 일방적 목소리가 아닌 쌍방적 대화와 토론에 주력해야 한다. 토론과 대화를 기피하고 그 유용성을 부정하려는 후보에게 민주적 정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중앙선관위 윤관위원장이 직접 나서 TV토론을 성사시키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쌍방적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인식만 강하다면 토론의 구체적 방식은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현란한 수사와 매끄러운 말솜씨의 경쟁을 보기 위해 TV토론을 요구하는게 아니다. 비록 눌변이라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후보들의 의지와 정책 표현을 들으면서 올바른 선택을 할 기회를 갖고자 할뿐이다. 때문에 방송사와 각당이 TV토론을 성사시키는데 보다 진지한 자세로 힘써주기를 당부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