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에펠탑 벽면에 온통 한글 낙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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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며칠 전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관광했다. 에펠탑 정상에 가려면 탑 하부의 경사면을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 뒤 다른 엘리베이터로 갈아타야 한다. 내가 탑을 찾은 날 밤 여러 나라에서 온 50여명의 관광객이 파리의 야경을 보기 위해 정상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탑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에 침착함을 잃었는지 일부 프랑스인과 젊은 여성들이 '우! 우!'하며 요란스러운 탄성을 질러댔다. 엘리베이터 운행을 담당하는 직원이 갑작스러운 소란에 몹시 당황한 듯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정상에 오른 나는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고 탑을 구경하다가 일부 한국인의 낮은 관광문화 수준을 알 수 있는 흔적을 발견했다. 에펠탑의 북쪽 벽면에 온통 한글 낙서가 되어 있었다. 또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관광객이 벽에 자신들의 방문을 알리는 낙서에 열중하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외국의 공공장소에서 이같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 한국인의 무분별한 관광 행태는 모든 한국인을 부끄럽게 만드는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한다.

박명식.서울 구로구 오류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