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나무고아원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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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문자(1943~) '나무고아원 1' 부분

지금쯤
노을 아래 있겠다
그 버려진 아이들
절뚝거리는 은행나무
포클레인에 하반신 찍힌 느티나무
왼팔 잘린 버즘나무
길바닥에서 주워다 기른
신갈나무, 팥배나무, 홍단풍
지금쯤
찬눈 맞으며
들어올린 팔뚝 내리지도 못하고
검단산 바라보고 섰겠다



시인의 눈은 모성의 눈인가? 자비롭도다. 버려진 어린 나무조차도 고아처럼 보였다니-. 생명 가진 모든 것들이, 아직 생명이 아니라고는 돌멩이 모래 알갱이조차도 어느 훗날에는 생명 중의 참생명이라고, 현대 과학은 제 몽매를 사죄하리니-, 이 시가 아파하는 바로 그 사랑겨운 가슴이 혹한의 겨울을 살아내는 힘이라, 초과학(超科學)이여, 신의 마음이여.

유안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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