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영화…대중스타 풍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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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브라이언 드팔마 감독의『섹스, 자살 그리고 영화』(SKC출시)는 우선 그 황당한 한국판 제목 때문에 무척 손해보고 있다.『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를 치졸하게 모방한 이 제목은 아마 선정적인 제목으로 관심을 끌어 보자는 얄팍한 상술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어쨌든 영화의 격을 한참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 영화는 물론 섹스와 자살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뛰어난 영상테크닉으로 청평이 나 있는 드팔마 감독이 1979년에 만든 이 코미디는 그답지 않게 엉성하고 거친 카메라 움직임과 편집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원제가「홈 무비」라는 점, 그리고 드팔마가 대학의 영화과 학생들과 공동작업을 통해 만든 작품이라는 점 등으로 미루어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자칭「명감독」인 어느 교수(커크 더글러스 분)가 자신의「스타치료법」실패사례를 학생들에게 영상으로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의 「스타치료법」이란 카메라 앞에서 주인공, 즉 스타가 되어 보는 경험을 통해 삶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게 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영화 속의 영화」의 주인공인 순진한 고등학생 데니스(키스고든 분)는 한사코 스타가 되기를 거부하는 자기인생「엑스트라」가 되어 버린 인물이다. 그가 엑스트라가 되어 버린 이유는 순전히 제 멋대로 인 그의 가족들 탓이다. 허구적인 관념에 사로잡혀 자신을「스타」라 생각하는 가족들 사이에 끼여 데니스 가 치르는 곤욕들은 유쾌하면서도 씁쓸하다.
성차별이나 인종차별 같은 미국인들의 나쁜 고정관념에 대한 영화적 야유이기도 하지만 역시 이 영화의 핵심은 카메라와 현실의 관계에 대한 탐구다. 카메라 앞에 선 존재가 필연적으로 안게 되는 허구성에 대한 씁쓸한 깨달음인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말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몰래 카메라」의 대상이 되어 버리는 세상은 얼마나 끔찍할 것인 가라고. <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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