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결핵|송인성<서울대의대 교수·내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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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S여대 이 모양(22)은 최근 갑자기 배가 심하게 아파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아왔다. 그녀는 장 폐색 증으로 진단돼 밤새 내과적 처치를 해 보았으나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다음날 아침 수술을 받았다. 수술해 보니 장결핵이었다.
소장의 맨 끝 부분인 회장이 장결핵으로 군데군데 심한 협착이 있었다. 가금 배가 아프고 설사는 했으나 마른 것 외에는 별다른 병이 없이 지내 오던 이양은 왜 이렇게 됐는지 매우 당황했다.
60년대부터 본격 시작된 결핵퇴치사업 덕분에 우리나라 국민의 결핵 유병률은 많이 줄어들었으나 90년 통계에 따르면 아직도 국민의 1.8%가 결핵을 앓고 있다.
미국이나 구미선진국 사람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병이 결핵이다. 그 중에서도 장결핵은 매우 드물어 병실에 장결핵환자가 들어오면 의사들이 구경할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만성인염증성 장 질환 중 제일 흔한 것이 장결핵이다,
장결핵은 그 증상이 매우 다양하지만 특징적인 것은 없다. 복통·설사·식욕감퇴·체중감소·발열·피로 등 이 주된 증상이며 환자진찰시 영양상대가 나쁘고 배를 진찰할 때 오른쪽 아래쪽을 누르면 아파하고 때로 뭉치 같은 것이 만져지기도 한다. 이는 주로 장결핵이 소장의 끝 부분인 회장, 그리고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인 맹장에 잘 발생하기 때문이다. 때로 장출혈·천공·폐 색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로 뛰어오는 수도 있다.
장결핵의 진단은 그리 쉽지 않다. 대장 X선 검사, 대장 내시경검사. 소장 X선 검사 등으로 병 소는 쉽게 찾아낼 수 있으나 비슷비슷한 병이 많아 진단에 애를 먹게 된다. 내시경검사로 조직을 떼어 내 병리검사로 장결핵진단에 결정적 도움을 받는 경우는 반도 못되고 나머지는 임상증상과 검사소견 등을 종합해 결론을 내리게 된다.
특별한 합병증이 없는 한 장결핵은 요즘의 항 결핵 제로 잘 낫는다. 1년간의 끈기 있는 투약으로 환자의 병세는 몰라보게 좋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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