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한 선거 떳떳한 정권(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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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침내 12·18대통령선거일이 공고되고 공식적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이번 선거는 두가지 의미에서 나라전체의 운명을 건 거대한 실험의 성격이 있다. 하나는 어떤 정권을 뽑느냐는 것이다. 93년부터 98년까지의 이 중대한 기간에 어떤 정권을 내세워 우리가 국운을 개척하고 21세기를 맞을 것인가가 이번 선거에 달려있다. 또 하나는 어떤 선거를 치르느냐는 것이다. 여태 못해본 공명선거를 이번에는 한번 기어코 실현해 보자는 배수진을 치고 우리는 지금 이 선거에 임하고 있다. 어떤 정권이냐,어떤 선거냐에 따라 나라 전체의 진운이 결정적으로 좌우될 것이다.
선거일 공고를 맞아 유권자나 후보·정당,선거관리 당국은 모두 이번 선거가 갖는 이런 무거운 의미를 새삼 한번 되새겨 보고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유권자인 우리 모두는 「어떤 정부를 갖느냐는 그 나라 국민수준에 달려 있다」는 말을 음미하자고 말하고 싶다. 불법·타락에 휩쓸리고 결국 나쁜 선택을 했을 때 나쁜 정부를 갖게 되는 것은 유권자들이 자초한 화요,인과응보다. 나쁜 정부 아래서는 정국불안·경제침체·사회혼란이 올 수 밖에 없고 이런 고통을 겪을 사람은 다름아닌 유권자인 우리 모두다. 그때가서는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우리 모두는 이번 선거에서 결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자고 지금부터 단단히 결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결심이 있다면 금품·관광·향응따위에 흔들리지 않을 뿐 아니라 나아가 불법·타락을 감시·고발하고 유치한 선거운동엔 조롱을 보내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후보와 정당들에 대해서는 이미 귀가 따갑도록 충고와 경고가 쏟아졌지만,법적·도덕적으로 죄인이 되지않는 방법으로 정권을 경쟁하라고 권고하고 싶다. 금권으로 국민을 타락시키고 흑색선전으로 국민을 속이고 탈법과 지역감정으로 지지자를 확대하는 것은 모두 죄요,비애국적인 행위다. 떳떳한 선거운동으로 이겨야 떳떳한 정권을 만들 수 있다. 패자를 승복시킬 수 있는 선거운동을 해야 안정된 집권이 가능하다. 이런 인식이 있다면 금권·타락·지역감정·기업이용·흑색선전 등의 타기할 선거운동에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각 정당이 돈을 쏟아붓는 대규모 청중동원의 옥외집회를 자제키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국민적 기대감이나 중립내각의 등장 등을 볼 때 공명선거를 실현하려는 시대의 흐름은 거역키 어려운 대세가 되고 있다. 정당과 후보들은 이 흐름을 냉정히 읽어야 한다.
끝으로,선관위와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모처럼 형성된 좋은 여건을 최대한 살려 이번에는 반드시 공명선거를 이룩해내야 한다. 소신과 줏대를 잃지말고 모든 가용인력을 동원해 감시·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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