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 조심! 남아공 골프장 스릴 만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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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페어웨이 한가운데를 사자나 표범이 가로지른다면-.

웬만한 골퍼라면 오금이 저려 골프클럽을 내던져 버리고 줄행랑을 놓을 것이다. 그러나 맹수들이 출몰하는 덕에 오히려 골퍼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골프장이 있다.

AP통신은 26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3백60㎞ 가량 떨어진 한스 메린스키 리조트 골프장에 사파리와 골프를 동시에 즐기려는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1967년 설립된 이 골프장은 남아공 최대의 수렵 보호림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표범이나 사자.코끼리가 심심찮게 출몰한다.

입구에는 원숭이 무리가 진을 치고 있고, 연습 그린 주위에선 풀을 뜯고 있는 혹멧돼지를, 워터 해저드 주변엔 물을 먹기 위해 긴 다리를 뻗고 있는 기린도 만날 수 있다. 울타리 주변엔 다른 골프장에선 볼 수 없는 특이한 해저드도 있다. 큰 입을 벌리고 있는 '악어'다.

그러나 AP통신은 이 골프장 최고령 회원인 레오 파파스(73)의 말을 빌려 "7년 전 치타가 영양을 물어죽인 사고가 있어 9홀을 폐쇄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엔 별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골프장 측은 담장에 고압전류를 흐르게 해 맹수의 접근을 막는 한편 관광객들에게 '사고를 당해도 골프장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있다. 독일 관광객 반 데르 발트는 "엄청나게 큰 기린이 라운드 내내 우리와 함께 걸어 다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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