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 생리휴가」보장돼야"|「월1회 유급휴가」해석 법정투쟁 디자인 포장개 발원 김주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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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가장 모성이 보호받아야 할 임신기간 중에 생리 유무를 이유로 임신 전에 사용 가능했던 생리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여성의 취업확대와 근로여성의 모성보호라는 입법 취지에도 크게 어긋나는 처사입니다.』
임신기간 중 생리휴가 및 산전·산후휴가 중 월차수당 지급과 관련하여 1심의 기각 판정에 불복하고 그 부당함을 밝히기 위해 항소. 사건이 고법에 계류중인 김주미씨(33). 산업 디자인 포장개발원에서 9년 6개월 동안 편집 일을 해 온 김씨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2월 둘째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던 중 임신기간 중 생리휴가 대신 받은 생리수당을 반환하라는 회사측의 공문을 받고 나서.「생리휴가는 생리가 있는 여성근로자에게 주는 것이므로 생리가 없는 임신 기간 중에는 생리휴가를 줄 수 없다」는 것이 회사측 주장이었다. 그는 임신한 경우에도 징후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3∼4개월간은 회사의 묵인아래 생리휴가를 사용해 온 관행과 임신 중에는 평상시보다 오히려 모성이 더욱 보호받아야 한다고 판단, 지난6월 서울 민사지법에 소액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항소, 20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여성의 취업기회가 제한돼 있고 근로여성의 임신·출산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은 현 상황에서 많은 어려움과 개인적 갈등을 무릅쓰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 재판이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생리휴가의 법 해석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종식시키고 근로여성에 대한 「모성보호」가 강하되는 계기가 돼 길 바라는 생각에서였다고 김씨는 말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사용자는 여자근로자에 대하여 월1회의 유급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고만 명시,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그동안 법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돼 왔다. 또한 법 집행을 감독·지도해야 할 노동부조차「임신기간 중 생리휴가 사용불가」입장의 근로 기준 국과「제한규정이 없으므로 권리로 인정한다」는 서울 서부지방 노동사무소의 입장이 엇갈려 일관된 행정지도를 하지 못한 채 혼란만 가중시켜 왔다. 김씨는『임신과 출산은 여성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작게는 가정, 나아가서는 국가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국가수호를 위한 남성의 국방의무가 신성한 것이듯 종족의 유지·보존을 위해 아이를 낳는 일도 신성한 역할로 인정돼야 한다』며 병역훈련 등으로 인한 공 가와 마찬가지로 임신 중 생리휴가, 산전산후 휴가기간 중 월차수당 지급 등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소할 경우 지금껏 임신 중에도 생리휴가를 사용해 온 사업장의 경우 오히려 여성근로자의 권익이 침해받게 된다는 이유로 일부 여성·노동단체의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힌 김씨는『그러나 여성의 사회참여와 모성이란 부분을 양립시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우리 사회상황에서 근로여성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며 이의 확보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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