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학생들 되레 '역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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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15일 발표한 대로 내신(학생부) 반영비율을 높이면 특수목적고나 비평준화 지역의 우수고 학생들이 직격탄을 맞는다.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경쟁하는 특수목적고 학생들이 내신에서 불리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들은 2008학년도 정시모집 때 학생부 성적을 50% 반영한다고 발표했다. 수능은 40%, 논술은 10%를 반영한다. 겉으로 보기엔 학생부가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학들은 학생부 성적에 기본점수를 많이 줘 내신 등급에 따른 점수 차는 크게 나지 않도록 할 계획이었다. 특목고의 우수학생을 조금이라도 더 모집하려는 목적이다. 서울대에서는 지난해 94.2점(100점 만점)을 학생부 성적의 기본 점수로 매겨 내신 실질 반영 비율이 2.8%에 그쳤다.

올해 입시부터는 '과목별 9등급 상대평가'라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기 때문에 내신 실질 반영 비율이 다소 높아질 수는 있지만 그래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수험생들의 기대였다.

그러나 교육부의 지시대로 학생부 반영 비율을 반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요 대학들이 학생부 기본 점수를 낮출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입시에서 학생부 점수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외고.과학고 등의 특목고, 민족사관고 등의 자립형 사립고, 비평준화 지역의 우수고, 서울 강남지역의 고교 등 성적 우수 학생이 몰려 있는 고교의 학생들은 입시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D외고 교사는 "대학이 교육부 방침을 따르면 특목고에서 인기대 의대.법대.경영대로 진학하는 학생은 극히 제한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뜻대로 학생부 실질 반영 비율이 크게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대학들이 교육부의 요구대로 학생부 성적의 기본 점수를 줄이되 등급 간 점수 차를 1~4등급은 점수 차가 거의 없게 하고, 그 아래 등급은 점수 차를 크게 하는 방식으로 수능성적이 우수한 특목고생이 내신 때문에 탈락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동원할 것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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