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아버지 닮은 남자 좋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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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여성들이 아버지와 닮은 남성을 가장 매력적으로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3일 보도했다. 좋아하는 여성을 사로잡으려면 그 여성의 아버지와 닮게 꾸미라는 조언도 던졌다.

영국 더럼대학교 연구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도 어린 시기에 자주 접한 아버지를 닮은 남성을 좋아하게 되는 '성적 각인(sexual imprinting)'이 나타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를 학술지 '진화와 인간행동'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아동기에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형성한 여성의 경우 외모가 자신의 아버지와 유사한 특징을 가진 남성을 성적으로 가장 매력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우선 49명의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와 여가 시간을 얼마나 보냈는지 등에 대해 설문 조사를 했다. 아버지가 얼마나 육아에 활발히 참여했는지, 아버지가 자신에게 얼마만큼 신경을 쓴다고 느꼈는지 같은 것들을 자세히 물었다.

'성적 각인'이 이뤄지는 아동기에 부녀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조사였다.

이어 이들에게 각기 다른 남성 15명의 사진을 제시하고 이들 가운데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을 고르도록 했다. 이때 눈.코.입.턱 같이 얼굴의 주된 인상만으로 선택하도록 사진에서 머리카락과 귀.목.어깨와 옷차림은 안 보이도록 지웠다.

연구진은 해당 여성 아버지들의 눈.코.입.턱 크기와 비율을 측정해 이들이 고른 사진 주인공들과 대조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 아버지와 돈독한 관계를 맺은 여성일수록 자신의 아버지와 닮은 남성을 선호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아버지와 어린 시절 그다지 친밀하게 지내지 않았던 여성들은 아버지와 닮은 남성을 고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주도한 더럼대의 린다 무스로이드 교수는 "여성들이 이상형을 선택할 때 단순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을 고르는 게 아니라 그동안 자신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던 '이상적 얼굴'을 고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로이드 교수는 또 "이번 연구 결과로 여성들이 수동적으로 배우자를 선택하지 않고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선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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