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전후 권력개편 어떻게 되고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중국공산당 「포스트 등」 체제 가동/강택민 등 「제3세대」 집단지도… 개혁기조 강화/핵심인물 없고 보수세력 저항거세 앞길 험난
중국 공산당 제14기 전국대표대회(14전)를 통해 개편된 신지도부의 출범으로 중국은 최고실력자 덩샤오핑(등소평) 사후에 대비한 「포스트 등」체제로 접어들었다.
이번 14전을 막후에서 지휘해온 등소평이 지난달 19일 제14기 1중전회직후 예고없이 등장,새로 선출된 정치국원 등 신지도부와 상견례를 나눈 것은 그의 권위가 절대적임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지만 자신의 후계체제가 정식 출범했음을 대내외에 공표하는 의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등소평이 태상황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고는 하나 절대수명이 다해가는 미수(88)이고 여기에 노약한 건강상태를 감안하면 이번 지도부 개편은 그의 생애 마지막 인사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제14기 당지도부는 「포스트 등」체제를 출범시키는데 최대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14전은 등소평의 절대권위에 의존하던 카리스마 지배가 끝나고 장쩌민(강택민) 등 제3세대 지도자들을 중심으로한 집단지도체제로 이행되는 시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집단지도체제는 중국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익숙지 않은 권력 관리방식이라는 점에서 등이라는 버팀목이 빠져나간 후에도 과연 지탱되겠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등소평을 비롯한 개혁파 사령탑은 집단지도체제가 안전하게 착륙하는 목표시점을 2000년으로 설정,새로운 지도체제 확립을 위해 총체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지도부 출범과 때를 맞춰 당 기율검사위가 개혁·개방 반대세력에 대한 대대적 축출작업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 그 대표적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또 중국이 오는 2000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97년 홍콩반환­99년 건국 50주년 기념행사­2000년 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대형이벤트들을 최대한 활용,신지도부의 권위를 확립하면서 국력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중국이 분열되는 사태를 예방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장래 구상이라는 분석이다.
당 최고권력기관인 정치국 상무위원 개편에서 중앙위원후보에 머무르던 주룽지(주용기)부총리와 49세의 후진타오(호금도) 등 젊은 세대를 파격적으로 발탁한 것도 2000년을 염두에 둔 장기포석이다.
개혁을 이끄는 기관차격인 광동·상해·천진·산동성 등 지방지도자들을 대거 정치국원으로 진입시킨 것이나,최근 15년간 감소추세를 계속하던 군소속 중앙위원 수를 이번에 22%(87년 13전 19%)까지 끌어올린 사실도 신지도부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두기 위한 배려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새로운 지도체제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도처에 잠복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최고권력기관인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원중 어느 누구도 등소평에 필적할만한 인물이 없다. 바로 이점이 등소평 사후에 벌어질 중국 정치·경제에 불확실성과 위기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강택민이 당 총서기에 유임되기는 했지만 군에 지지기반이나 인간적인 카리스마가 없으며,보수·개혁 어느 파로부터도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개혁파의 기수로 꼽히는 주용기·호금도는 더욱 그렇다.
등소평이 불편한 노구를 이끌고 지난 1∼2월 중국 남부를 순시(남순)하며 개혁·개방의 가속화를 외쳐야했던 것은 아직까지도 보수파들의 저항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중국이 1백년간 흔들림 없는 추진을 다짐하고 있는 개혁정책이 성과보다는 부작용이 부각될 경우 현 지도체제는 결정적 위기를 맞게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지난 87년 13전 역시 개혁·개방의 기치를 높이 치켜들었음에도 88년 연간 30%를 웃도는 인플레와 경기과열·권력층의 부패 등 부작용들이 복합적으로 폭발,89년 천안문사태를 유발했고 자오쯔양(조자양) 총서기가 추종자들과 함께 실각했던 전례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문일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