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활동 너무 소홀하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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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각 정당들은 대선에만 온통 정신이 팔린 나머지 국회에는 너무 소홀하다. 우리 역시 정당과 후보들에 대해 대선을 의식말고 국회에 전념하라고까지 말할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러나 최근 국회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당과 후보들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국회는 작년 정기국회이래 사실상 첫 국회요,14대 국회로서는 총선후 6개월만에 어렵사리 열린 국회다. 그동안 쌓인 국정에 비해서는 대선으로 인한 회기단축으로 일 할 기간은 너무 짧다. 선거운동이 아무리 바쁘고 마음이 급하더라도 각 정당은 국회에서 해야할 최소한의 일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각 정당의 후보들은 국회가 열리고 있는데도 버젓이 지방유세에 나서고 의원들은 회의에 아랑곳없이 지각사태·이석사태를 빚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도 잡담을 하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여북하면 국회의장이 고성으로 질책하는 일까지 벌어지겠는가.
우리는 각 정당과 후보들에 대해 최소한의 체통과 일의 순서나마 지키라고 권고한다. 우선 각 정당과 후보들은 선관위의 경고까지 받으면서 위법적인 유세나 득표활동에 나서기에 앞서 선거운동을 규율할 대선법 개정부터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며칠전에도 지적한바 있지만 지금 새 법은 안나오고 현행 대선법은 개정될 예정으로 있기 때문에 어떤 선거운동은 허용하고 어떤 행위는 규제할지 어정쩡한 상태다. 정치권이 서둘러야 할 대선법 개정을 총리가 국회에서 빨리 해달라고 부탁까지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정당과 후보들은 국회서 빨리 법을 고쳐 새 법에 따라 선거운동을 하든가,현행법대로 선거운동을 말든가 해야 할 것이다.
또 예산심의는 어떤가. 각 정당은 예산이 얼마나 들지도 모를 온갖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런 공약들은 내년 예산안과 무관한가. 공약의 가장 기본이 될 예산안에는 성의를 안보이면서 장미빛 공약만 낸다면 그것은 자기공약의 허구성만 드러내는 일이 될 것이다.
이미 허송한 회기는 어쩔 수 없으나 지금부터라도 국회활동에 좀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콩밭으로만 향하는 마음을 붙들어 30일부터 시작되는 상위활동과 예산심의에는 좀더 진지하고 성의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무엇보다 국민의 눈총을 의식해야할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이 모처럼 열린 국회는 아랑곳 하지 않고 법을 위반해 가며 선거운동에 열중하는 것이 국민눈에 어떻게 보일까. 그런 방식으로 열심히 해봐야 얻는 표보다 잃는 표가 많을 것이다. 정기국회 회기도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국회활동도 열심히 하고 선거운동도 열심히 하는 것이 좋겠다. 더이상 국회서 이석이니,잡담이니 하는 꼴불견의 행태를 보이지 말고 남은 회기나마 성의있게 임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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