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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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약수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언젠가 삼성생명이 주부 4백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환경의식설문조사」결과 수돗물을 그대로 식수로 사용하는 주부는 겨우 7.8%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읽고 큰 충격을 방은 기억이 있다.
낙동강 페놀오염사태 이후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부산 시내에서도 지하수를 개발, 사용하는 곳이 2천여 곳에 이른다는 소식도 들린다. 수돗물이 이렇듯 식수로 배척 당하고 있다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아파트도 한때 수돗물이 부족해 1주일이 넘게 고통을 당한 적이 있다. 지난여름 한창 가뭄이 심할 때 수돗물 때문에 같은 아파트 주민끼리 편싸움을 벌였다는 신문보도를 읽고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지금까지 우리 집은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해왔는데 수돗물에서 흙탕물이 나온 이후론 더 이상 먹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평소 이웃에서 지하수나 약수를 뜨러가자면 비웃었던 내가 이젠 먼저 가자는 말을 하게 되었으니 내 모습이 아이로니컬하기만 하다. 그 동안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해왔던 나마저 지하수를 찾고 있으니 과연 수돗물을 그대로 식수로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싶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생수를 정식으로 시판하리라는 신문보도도 읽었다. 수돗물의 질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생수를 사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과연 그것도 믿을만한지 몰라 약수로 버틴다. 또 먹는 물까지 사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서글픈 느낌도 갖게 된다.
정말 정부는 언제까지 수돗물 문제를 이렇게 끌고 갈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하루빨리 수돗물의 안전도와 수질을 회복해 더 이상 수돗물 시비도, 생수판매 시비도 없게 해야할 것이다.
생수도, 지하수도 아닌 깨끗한 수돗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부산시 남구 문현 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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