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사 제정 제7회「만해 문학상」 받는 김명수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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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만해 문학상에는 좀더 나은 사회를 위한 실천적인 의미도 들어있을 터인데 사회를 위한 별다른 활동도, 시적 성취도 못 이룬 제가 이 상을 방기에 스스로 부족함을 느낍니다. 서정·운율·함축 등 시적 미학에 충실하면서도 현실의식을 놓치지 않는 좀더 나은 시로써 이 상에 보답하려합니다.』
시인 김명수씨(47)가 제7회 만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73년 창작과 비평사에 의해 제정돼 올해로 7회 째를 맞는 만해 문학상은 신경림·천승세·고 은·황석영·현기영·민 영씨 등 그 동안 역대 수상자면면에서 보듯 주로 참여문인에게 주어지고 있다.
김 씨의 이번 수상작은 그의 네 번째 시집인『침엽수지대』. 절제된 서정적 언어로 현실과 치열하게 대결하면서도 맑고 단단한 작품세계를 개성 있게 구축했다는 게 선정 이유다.
『아궁이 속에/불꽃이 사위면/할매는 남아 있는 잉걸 불을/재로 묻었다./차가운 강바람이 문풍지를 찢어대던 밤이 가고/밤새 먼 산에서 울던 늑대들의 울음도 그쳐/새벽 해가 약산너머 솟아오르면/할매는 부엌에서 아궁이의 재를 헤쳐/잉걸 불을 꺼내/가랑잎에 넣어 불어/불을 일궜다./오늘은 가슴에 불씨를. 묻어두는 사람들 많다.』
수상시집에 실린「불씨」전문이다. 전통 서정적 접근이면서도 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들어있다.「가슴에 묻어둔 불씨」는 현실 개혁의지나 그에 대한 좌절로 읽히면서도 그것들을 부드럽게 껴안고 뛰어넘는다.
이 같은 시 본래의 의미 망 확충과 깊이는 세상을 보는 정직한 태도와 말을 아끼는 김씨 특유의 시적 자질에서 나온다.
『과격하게 느껴지는 일부 젊은 민중시들도 광주라는 도덕적·사회적 부채 속에서 현실을 정직하게 본 소산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적 현실만이 우리사회·우리문학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현실을 너무 급박하게 보지 말고 이제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고 정직하게 세상을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그의 시론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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