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각각 학자마다 이견|″「한국사 시대구분」체계화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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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역사에 있어서 시대구분이란 정치제도·경제구조·사회구성체제·사상 등에서 공통의 특질을 가진 시기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며 한국사회의 역사적 발전을 실명하는 척도가 된다. 한국사의 시대구분 문제는 남한과 북한, 학자에 따라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학문공동체 내에서의 집약적인 토론과 정리가 특히 필요한 쟁점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22, 23일 『한국사 시대구분의 제문제』를 주제로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개최하는 학술회의는 지난 68년 한국경제사학회 주최의 심포지엄이래 처음 얼리는 것으로 이 주제에 대한 지난 24년 간의 연구성과를 집약하고 미래의 연구방향을 설정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회의에는 역사학·고고학·정치학·경제학계의 관계학자들이 참여해 선사시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각 시대의 구분방법에 대해 종합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박성봉 교수(경희대)는 남북한의 고대사 시대구분에 관해 『북한은 고조선이 고대 노예제 사회였으며 철기가 보급되고 노예·일반농민의 계급투쟁이 활발치 전개되면서 봉건관계가 발생한 삼국시대를 중세 사회로 본다는 공식적 해석을 내리고 정책적으로 논쟁을 종식시켜 다양한 연구의 길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남한에는 족장이 지배하는 친족공동체를 고대로, 유교이념이 도입되는 고려 성종 대부터를 중세로 구분하는 사회인류학적 관점, 불교나 유교 등을 기준으로 한 문화사상사적 관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사회경제사적 입장으로 ▲인간의 노동력을 직접 수탈하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전기까지는 고대노예제 사회로, 토지를 매개로 간접적 수탈을 하는 조선시대를 중세 봉건제 사회로 보거나 ▲토지소유자와 직접 생산자간 생산관계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국시대를 고대, 통일신라 이후를 중세 봉건제 사회로 보는 등의 구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인류학적 관점은 고대와 중세의 구분에만 사용되는 편협성이 있으며 사회경제사적 관점은 서양사에서 도출된 이론체계를 한국사에 도식적으로 적용하려는 폐단이 적지 않다』고 각각 지적하고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 포괄적이고 다양한 사회의 구조를 체계화 시킬 수 있는 사관과 구분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태 교수(이화여대)는 근대사의 기점에 대해 『자본주의 맹아논을 중심으로 한18세기 후반 설에서부터 근대적 개혁을 논거로 하는 갑오개혁 설까지 다양한 주장이 있으나 종합적인 근거가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근대사의 기점은 세계자본주의와 접종한 1876년으로, 근대화의 기점은 정부주도의 초기근대화 정책이 추진되는 1880년으로 각각 따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서중석 교수(성균관대)는 현대의 기점에 대해 『한국사에서 현대에 대한 시대구분 논의가 거의 없었던 것은 냉전 이데올로기로 인한 사상적 제약과 친일파의 득세 등 역대정권의 성격등 외부조건의 요인이 컸다』고 반성하고 『한국현대의 기점은 분단이라는 불구적·파행적 성격에도 불구, 해방이후로 볼 수 있으며 6월 항쟁과 그로 인한 민주화를 기준으로 다시 세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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