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피서법, 요즘도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뚜렷한 사계절은 하루 이틀의 얘기가 아니다.

100년, 300년, 500년 전에도 이 땅에서 살았던 우리의 선조들 또한 여름이 오면 더위에 지쳤을 것이고 우리가 선풍기나 에어컨을 사용하듯 그들에게도 더위를 식히는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과연 조선시대 선인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건강한 여름나기는 어떤 모습이었으며 21세기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피서법은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이다. 온도에 민감한 발을 찬물에 담그면 물론 온몸이 시원해진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다.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비만체형클리닉 정원석 교수는 “흐르는 물은 간장 신장 방광 위장 등의 기(氣)가 흐르는 길을 자극한다”며 “꼭 계곡의 물이 아니어도 좋은데 샤워기의 찬물로 발바닥을 골고루 자극해도 고인 물로 씻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무릎 아래 부위는 43℃~44℃의 열탕에 3분, 16℃~17℃의 냉탕에 1분씩 담그기를 5번 되풀이 하는 각탕이 있다.

각탕은 하체의 피가 잘 돌게 해 관절염 환자나 하체가 약한 사람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탈장이나 치질 등 장기가 처지는 병에 걸린 이에게도 도움이 된다.

또한 정 교수는 아이들이 감기몸살 등으로 열이 많이 나면서 입술이 새파랗게 변해 몸을 떨 때는 온몸에 땀이 날 때까지 10~20분 정도 무릎을 열탕에만 담가 주면 효과가 있으며 더위를 먹었을 때는 38℃ 정도의 온탕에 소금을 한 수저 정도 붓고 각탕을 하면 빨리 회복된다고 말한다.

뜨거운 모래에 하는 모래찜질은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이나 신경통,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특히 바다 모래에 담긴 소금은 염증을 가라앉히고 균을 죽이는 성질도 띄고 있다.

얼굴에 땀이 날 정도까지 모래 속에서 시간을 보내면 되지만 고혈압이나 천식, 당뇨병, 신장질환 환자는 피해야 한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삼림욕 또한 선조들이 애용하던 방법이었다.

여름에 가장 효과적인 심림욕은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트가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데 가벼운 달리기나 맨손체조 등의 유산소운동을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한편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소화기내과 이연월 교수는 “습냉한 곳에 오래 기거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여름철은 열이 외부로 흩어지므로 몸 안은 차지므로 습기가 많은 장소에서 오래 머물거나 실내외 온도차가 심하면 냉방병이나 여름 감기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뿐만 아니라 이 교수는 여름은 성장(長)을 주관한다며 마음을 노엽게 하면 심장이 상하게 되어 여름의 기운에 손상을 주므로 가을에 기침이 나오는 병에 걸리기 쉽고 가을의 거두는 기운(收)을 몸으로 받기 어렵다고 덧붙인다.

따라서 여름은 특히 마음을 노엽게 하지 말고 기를 발산하며 기분을 즐겁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한의학적으로 여름은 심장기운은 왕성해지고, 신장의 기운이 쇠약해지므로 정과 기가 쉽게 손상을 받게 되기 때문에 과음, 과로, 방사, 심한 정신적인 노동은 피해야하며 활동을 줄여서 정과 기를 굳게 지켜 주고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 등의 만성 질환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여름에는 식초와 생강, 마늘, 겨자 등이 추천되는데 열이 외부로 흩어져 복부가 차가워지고 위장의 기능이 약해지는 지므로 식욕을 돋우고 배를 따뜻하게 하며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