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없는 구금 배상” 판결/김종식 전 전대협의장 승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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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기부 등 수사관행에 제동/서울 민사지법
피의자를 연행한뒤 48시간 이내에 긴급 구속영장이 아닌 통상적인 영장을 받아왔던 지금까지의 수사관행이 영장주의에 어긋나는 불법구금에 해당되므로 국가는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관계기사 21면>
서울민사지법 28단독 여상훈판사는 15일 전 전대협의장 김종식씨(24)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밝히고 『국가는 김씨에게 1백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안기부가 김씨를 영장없이 연행한 것은 긴급구속에 해당되므로 사후긴급구속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데도 통상적인 영장을 받아 2일간 영장없이 구속된 결과가 되었으므로 국가는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구속 당시 수사기관이 김씨에게 구속당하는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지 않아 정신적 고통을 준 점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피의자를 긴급구속한뒤 48시간 이내에 통상적인 영장을 받아왔던 지금까지의 불법 수사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앞으로 유사한 소송이 잇따르는 등 파문이 예상된다.
김씨는 지난해 7월8일 각종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신청에 의해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안기부직원들에게 연행된뒤 91년 평양축전에 대학생 2명의 입북을 배후조종했다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가 드러나 연행 이틀뒤인 10일 안기부가 신청한 통상적인 영장에 의해 구속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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