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민 개혁법안 미국 상원서 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 상원이 7일(현지시간) 이민 개혁법안을 부결시켰다. 상원은 이날 이 법안에 관한 찬반 토론을 제한하고 법안을 곧장 최종 표결에 부치는 안에 대해 투표한 결과 찬성 45표, 반대 50표로 법안 가결 선인 60석의 찬성표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남은 임기 안에 이민법 개혁을 추진하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이민 개혁법안은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경비를 강화하되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 12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에게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은 이민 개혁법안이 통과될 경우 범법자들을 사면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이를 섣불리 최종 표결에 부치는 데 반대해 왔다. 적지 않은 민주당 의원도 이 법안이 저임금을 받는 2류 시민을 양산할 수 있고, 혈연보다 영어 실력이나 직업 전문성을 근거로 우선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면 이민 이산가족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여 왔다.

민주당의 리드 원내대표는 "이민 개혁법안에 대한 토론을 제한하고 표결에 부칠지 여부를 묻는 투표를 한 차례 더 실시하겠지만 이마저 부결될 경우 법안은 끝"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법안 통과를 서두르는 것은 양당이 어렵게 합의한 절충안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이 법안을 놓고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결 처리 여부에 대한 2차 투표까지 부결될 경우 이민 개혁법안은 내년 대통령선거 이전까지는 다시 상원에 상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 상원에서는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 시행을 5년으로 제한하는 것을 비롯한 이민 개혁법안 수정안이 계속 통과되자 더 이상 수정이 계속될 경우 양당 간의 핵심적 합의 내용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