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금리자유화/연말께 실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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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은­재무부,시기엔 의견접근/“금리상승” 부작용이 큰 걸림돌
최근 실세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금리자유화에 대한 기대감이 가을에 감 익듯이 커가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이 최근 실세금리의 하락세를 이유로 들어 2단계 금리자유화를 가급적 앞당겨야 한다는 공식입장을 처음으로 밝혀 주목된다. 당초 2단계 자유화는 올 하반기부터 93년중 시행키로 돼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간에 알려져 있는 금리자유화만큼 서로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저마다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도 드물다. 기업은 기업대로,은행은 은행대로,또 정책당국은 정책당국대로 금리자유화에 대해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마치 금융규제의 완화에 대해 모두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공통분모가 하나 있기는 하다. 바로 금리자유화가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공통의 인식 때문에 2단계 금리자유화를 과연 언제 시작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그렇다고 금리자유화의 시기선택이 논의의 초점은 아니다. 2단계 금리자유화에 대한 논의의 초점은 금리의 높낮이에 대한 「금리 수준」의 문제지,언제하느냐에 대한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세간에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달리,재무부나 한은이나 올 연말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연말에 자금사정이 좋을때 해가 가기 전에 2단계 금리자유화를 단행해야 한다는데는 거의 생각이 접근되어 있다.
2단계 금리자유화의 핵심은 모든 대출금리와 일부 수신금리의 자유화에 있고,따라서 금리자유화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입장의 초점은 바로 「금리의 상승」에 모아지고 있으며,그렇다면 현재의 금리하락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 확실하고 혹시 일시적인 금리의 상승현상이 벌어지더라도 대선이 끝나 정치적인 부담이 없는 올 연말이나 내년초가 시기적으로 가장 적기라는 것에 다들 생각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자유화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 그리기가 서로 얼마나 다른 것인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1단계 금리자유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느냐를 보면 잘알 수가 있다.
지난해 11월 당좌대출과 단기시장성 상품,2년 이상의 회사채 등을 대상으로 한 1단계 금리자유화 이후 금융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실세금리의 상승이었다. 말로만 금리자유화지 실제로는 당국이 일일이 개입해 창구지도를 펴왔던 것이 그간의 금리정책이었으며 실제로 최근의 금리하락은 적극적인 창구지도의 결과지 전체적인 경제상황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재무부의 해석이기도 하다.
결국 2단계 금리자유화가 언제 이루어지든간에 중요한 것은 현재의 금리하락 추세가 더 계속돼 과연 저금리 체질이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몸에 배어들 것이냐 아니냐에 있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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